패기와 열정에 찬 청년 정주영(현대그룹 창업자)은 25세 때 허름한 차 정비소를 운영하며 자동차 생산의 꿈을 키웠다.
“고속도로는 혈관이고 자동차는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고 했던 그의 사업 철학은 현대차그룹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1967년 현대차를 설립하고 울산에 조립 공장을 지었다. 미국 포드의 코티나 모델을 들여와 ‘현대 코티나’로 팔았지만 고장이 잦았다. 포드는 “비포장도로에서는 운행을 자제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냈다.
■정주영 창업회장이 국산화에 매달린 이유다. 드디어 1975년 독자 모델을 선보였다. 이름 공모 결과 ‘아리랑’이 가장 많았다.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노랫말을 연상시킨다는 우스갯소리에 이름을 바꿨다. 한국 자동차의 새 역사를 쓴 ‘포니(PONY)’는 그렇게 탄생했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6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민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9년 단종될 때까지 14년 동안 한국 자동차 위상을 높이며 수출 효자 노릇도 톡톡히 했다.
■정 창업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하늘을 짊어진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틀라스는 최대 50㎏ 중량을 옮기고 스스로 충전하고 전신 관절에 360도 회전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하루 16시간 일한다고 하니 근로자 2명 몫을 하는 셈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중국 유니트라의 ‘H2’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부품 공장에 실전 배치되고 향후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에 진출한다.
■앞으로 현대차는 자동차와 휴머노이드를 겸비한 ‘이도류(二刀流) 기업’으로 불러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사상 첫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시총 3위 자리를 꿰찼다. 한국 경제의 비밀병기가 된 아틀라스의 ‘파괴적 혁신’이 한국 수출과 경제를 짊어지는 첨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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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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