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연일 상승세를 타며 열기를 더해가는 것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비트코인이 올해 들어 급락세를 이어가자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7만 달러에서 2025년 10월 6일 12만 5000달러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랠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나흘 뒤 19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청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시장은 급랭했다. 이달 5일에는 6만 70달러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반 토막이다.
■처음 맞는 겨울은 아니다. 2018년 버블 붕괴로 1년 내내 내리막을 걸었고 2021년에는 중국의 채굴 단속과 일론 머스크의 결제 중단 선언이 직격탄이 됐다. 2022년에는 테라·루나 사태와 미국 거래소 FTX의 파산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거품이 꺼질 때 더 요란했다. 이번에도 해석은 엇갈린다. 어떤 이는 “겨울의 입구”라 하고 또 다른 이는 “바닥 다지기”라 한다. 지금으로서는 비관론이 힘을 얻는다.
■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비트코인은 헤지가 아니라 위험 증폭 수단”이라고 했다.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던 서사도 빛이 바랬다. 요즘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아니라 기술주와 함께 오르내린다. 변동성은 커지고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은 빠져나가며 기관도 발길을 돌린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기요금이 오르자 채굴 손익분기점 또한 높아졌다. 현재 비트코인 1개당 평균 전력 비용은 약 5만 8160달러, 순생산 비용은 약 7만 2700달러로 추산된다.
■겨울바람이 사방에서 불지만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는 디플레이션 방어 수단을 거론했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주식시장 붕괴를 경고하며 비트코인을 대안으로 들었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때 필요한 것은 시장 신뢰다. 최근 빗썸 ‘유령 코인’ 사태는 거래소 내부통제의 허점을 드러냈다. 제도와 안전장치가 허술하면 크립토 윈터는 더 길고 혹독해질 것이다.
<김현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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