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신중 대응…회담 지연 경제 손실에도 연기 수용 가능성 높아
▶ 中, 연기 요청 일축·역이용할 수도…조건부 협조로 실리 추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2주일 앞둔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 연기하자고 요청한 데 대한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미국이 2주 넘게 이란과의 전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명분의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맞선 중국의 셈법에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린다.
중국 내에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타국 유조선 공격에 맞서야 한다며 호위 군함 파견을 요구한 데 이어 나온 미국의 정상회담 연기 카드를 중국이 이란 압박에 협조하라는 메시지로 여기는 분위기다.
애초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고 대만 문제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던 중국은, 이제 이란 전쟁 해법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 中 신중 모드 속 연기 요청 일축 또는 역이용 가능성
사실 중국으로선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함께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자가 중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미중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면, 후자는 핵심 우방인 이란과는 물론 중동 전체와의 경제·전략적 이해관계가 달렸기 때문이다. 상충하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중동 핵심 거점으로서 중국에 정치·외교·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국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는 것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에 중국으로선 모종의 조치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에 중국 군함 파견과 방중 연기 요청으로 중동 석유 최대 구매국인 중국은 에너지 공급 경로의 안정적 확보와 외교 불간섭 전통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처지가 됐다고 짚었다.
중국은 그동안 미중정상회담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분리 대응해온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을 우회하면서,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한 미중 관계 개선에만 공을 들여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우고 방중했다가 자칫 이란 전황이 악화할 걸 우려하면서 장기전 수렁을 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이란 전쟁 묶기'에 나선 정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에 이은 미중 정상회담 연기 카드로 중국에 책임 떠넘기기와 함께 해결책 제시 주문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다.
현재로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한 달 연기 요청을 일축하거나 시간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담에 연연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중국으로선 미국의 대(對) 이란 군사작전이 해협 불안정의 원인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타이밍에 정상회담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경우 시간에 쫓기는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 중국에 유리하게 정상회담 의제와 타이밍을 조율해가겠다는 계산도 할 법하다.
하지만 추가적인 '1년 무역·관세 휴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지연될 경우 중국으로선 수출 관세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탓에 경기 회복 둔화는 물론 세계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출 입지 협소화라는 악재를 피할 수 없다.
아울러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제동을 걸려던 중국의 셈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중국 핵심 이익인 대만문제에 심각한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 中, 전략적 실리 추구 나설 수도…조건부 협조 가능성 주목
중국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한 달 연기 요청을 계기로 중국이 '제한적인' 협조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
친(親)이란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하는 인도적 지원 또는 정보 공유라는 생색내기 협조를 미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이란 전쟁과 관련해 모두의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면서 중재 역할을 자처해온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응할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란전쟁 개전 이후 직접 개입을 꺼리면서도 미국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이란과 소통하고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데 대해 "주권 국가 지도자를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선동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왕 부장은 그다음 날인 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3일에는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해 전쟁 확산에 반대한다는 중국 입장을 알렸다.
왕 부장은 지난 8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교 분야 기자회견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모두 21개(중국 매체 10개·외신 11개) 질문에 답변하며 올해 중국 외교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이란 전쟁에 대해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현재 중국은 중동문제 특사를 파견해 실질적인 중재안 마련 노력을 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에 즉각적인 군사 행동 중단과 사태 확산 방지를 촉구하면서도 이란에 기운 기색인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한 달 연기 신청 이후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략적 실리 추구를 위해 미국에 조건부 협조를 한다면,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면서 중국이 실질적인 중재자임을 부각하려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한다.
◇ 中, 경제적 손실에도 회담 한 달 연기 수용 가능성 높아
현재로선 중국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한 달 연기 요청을 수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의 군함 파견은 물론 미국에 유리한 이란 전쟁 해법 마련에 불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시된다.
중국은 지난 15일부터 흘러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중) 양측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왔으며, 이로 미뤄볼 때 공식적인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정상회담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중국에 유리한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섣부른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에 응하기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축으로 한 이란전쟁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중국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미 무역 불균형 시정을 목적으로 미중 양국간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와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설치 등 구조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 연기가 결국 중국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등 미국 측 대표단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측 대표단 간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 회담에서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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