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 위트리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합격률 4%. 매년 봄, 미국 주요 대학들이 입시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이 숫자는 어김없이 화제에 오른다. 하버드, 스탠포드, 프린스턴, 예일, MIT 같은 학교들의 합격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런데 이 합격률이라는 숫자, 과연 입시의 전부를 말해 주고 있을까?
대학 입시는 훨씬 더 입체적인 과정이다. 단순히 “붙었다, 떨어졌다”의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개념이 바로 ‘입학 퍼널’(Admissions Funnel)이다.
퍼널은 말 그대로 깔때기다. 마케팅에서 고객이 상품을 인지하고, 관심을 갖고,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각화 할 때 즐겨 쓰는 개념인데 대학 입시에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대학의 입장에서 입학 퍼널은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지원(Application), 즉 대학이 접수한 전체 원서의 수다.
둘째는 합격(Acceptance), 그 지원자들 가운데 실제로 입학 허가를 받은 숫자다.
셋째는 등록(Enrollment), 합격한 학생들 중에서 실제로 그 학교에 등록을 선택한 학생의 수다. 이 세 단계 사이에 두 가지 핵심 지표가 존재한다. 합격자 수를 지원자 수로 나눈 합격률(Admission Rate)과, 등록자 수를 합격자 수로 나눈 일드(Yield Rate)다. 합격률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합격률이 낮을수록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라는 인식을 준다.
반면 일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대학의 ‘실질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합격한 학생들이 그 학교를 실제로 선택했느냐, 아니면 더 나은 조건의 다른 학교로 떠났느냐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일드가 높다는 것은 “우리 학교에 붙으면 대부분 온다”는 뜻이고, 낮다는 것은 “합격은 시켜줬는데 학생들이 잘 안 온다”는 의미다.
전미대학입학카운슬링협회(NACAC)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 대학들이 검토한 원서는 총 1320만 건에 달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36% 증가한 수치다.
무엇이 이 같은 급증을 이끌었을까? 크게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첫째, 고등학교 졸업생 수 자체가 늘었다. 국립교육통계센터(NCES)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고교 졸업생 수가 꾸준히 증가했고, 이것이 지원자 풀의 확대로 이어졌다.
둘째, 지원 플랫폼의 대중화다. 커먼앱(Common App)은 한 번의 기본정보 입력으로 수백 개의 대학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커먼 앱 덕분에 물리적·행정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지원 자체의 문턱이 낮아지니 자연스럽게 지원서 수는 늘어난다.
셋째, 학생 한 명이 지원하는 학교 수가 많아졌다. NACAC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지원 학교 수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안전 학교’와 ‘적정 학교’, ‘드림 스쿨’을 분산해서 지원하는 전략이 보편화되면서 전체 원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원서가 36%나 늘었다면 합격자도 늘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NACAC 데이터를 보면 평균 합격률은 지난 9년간 큰 변동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들이 합격자 수를 크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캠퍼스 수용 규모, 기숙사 정원, 강의실 규모 등 물리적 한계가 있고,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정원을 쉽게 늘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분자(합격자 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분모(지원자 수)만 늘어나니 합격률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거나 유지되는 구조다. 학생들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체감하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이 구조는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학교에 지원하게 만들고, 그러면 또 원서 수가 늘어나고, 합격률은 더 낮아 보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입시 경쟁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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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위트리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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