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파 3대 거두 중 모차르트만이 천재를 가졌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많은 음악가들이 내리고 있는 평가이다. 즉 모차르트의 음악은 동시대 그 누구 보다도 특별하고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반면 막내 베토벤의 음악은 강렬했다. 색으로 비하면 블루에 가까웠지만 내면적인 힘과 열정은 그때까지 그 어떤 음악가나 어떤 음악으로도 들 수 없는 것이었다. 거기 비하여 맏형 하이든의 음악은 평범하고 지루했다. 여기 지루하다는 표현은 재능 없고 음악적으로 ‘졸(拙)’했다는 표현이 아니라 그의 삶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특별한 굴곡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했던 작곡가는 바로 하이든이었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왜 하이든을 좋아했을까?
모차르트의 음악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분명 독특하고 독창적이다. 천재적인 음률은 설명이 필요없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원시인도 춤추게 만든다. 따스한 선율은 모차르트의 성향이긴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은 결코 따스함으로 모두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이기도 했지만 노력의 천재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색다름을 추구하고 결코 구태에 안주하지 않았다. 창의성에 있어서 모차르트만큼 많은 명작을 남긴 작곡가도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모차르트의 천재성(비범함)이 주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다. 모차르트의 어두운 면은 그 천재성이 담고 있는 외계(인)적인 요소이다. 좋은 표현을 빌리자면 이 세상의 음악이라기보다는 천상의 음악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이나 21번 등의 2악장을 들으면서 파라다이스를 연상하지 못한다면 이는 상상력이 표준 미달이거나 감정이 아주 메마른 사람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모차르트는 알려졌다시피 조울증 환자였다. 즉 그의 아름다운 선율은 그의 병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분명 천상의 음악과 황홀한 선율 속에서 살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시간을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보냈다. 그러기에 모차르트는 자신에게는 없는 일률성,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변덕이 없고 내구성이 있는 하이든의 넉넉한 음악에 평화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모차르트는 늘 하이든을 파파라고 부르며 따랐고 하이든도 후배 모차르트의 재능을 높이 샀으며 자신에게 헌정한 6개의 현악4중주,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을 가리켜 이 두 가지 작품만 가지고도 모차르트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하이든은 분명 모차르트와 베토벤같은 압도적인 작곡가는 아니었다. 그의 장점은 오히려 선을 넘지 않는데 있었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구태의연한 작곡가라는 뜻이 아니라 사실 하이든은 위 2명의 작곡가처럼 도전적인 삶을 살아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작곡가였다. 최초의 프리랜서 작곡가였던 모차르트나 몇몇 귀족들의 연금으로 생계를 이었던 베토벤과는 다르게 하이든은 30년 넘게 궁전 악단의 음악 감독이라는 확실한 직업이 있었고 배당받은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여러가지 실험음악을 발표하면서 편히 살면 되는 것이었다.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또 크게 자만할 일도 아니었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대단한 천재나 기상천외한 작품을 꿈꾸어야 할 압박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모차르트는 하이든의 이러한 환경적 요소와 평탄한 음악가의 인생이 부러워서 하이든이 좋았던 것일까? 모차르트가 되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하이든의 모습은 다른 데 있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하이든의 모습은 평범함과 여유… 내구성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러한 요소들은 지루하기 조차하다. 하이든이 정말 좋은 이유는 하이든의 음악에는 치유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하이든의 음악은 선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이든의 음악은 과장이 없고 세속적인 드라마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직 순음악만으로 말할수 있는 언어를 개척한 사람이 바로 하이든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쉽게 들리는 음악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음악이란 결국 별볼일 없는 음악의 또다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든의 음악에는 별볼일 없음 가운데 진정한 쉼이 있었다. 클래식의 道, 고전음악이 하이든에서부터 유래됐고 그것이 이름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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