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이상 룸메이트 급증
▶ ‘재정·정서’적 만족도 높아
▶ 유주택 고령층은 빈방 임대

최근 고령층 사이에서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룸메이트’를 구하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클립아트 코리아]

고령층 룸메이트 생활이 재정적, 정서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로이터]
치솟는 주거비 부담은 청년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이 없는 고령층에게 주거비는 생존과 직결된 더 치명적인 위협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고령층 사이에서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룸메이트’를 구하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무주택 고령층이 비슷한 연령대나 타 세대와 집을 공유하며 임대료를 나누어 내는 것이다. 집을 가진 고령층 역시 높은 모기지 대출 비용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빈방에 세입자를 들이려는 추세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리얼터닷컴이 급증하는 고령층의 주거 공유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 이혼 후 주거비 감당 안 돼
72세 촬영감독 데이비드 웨스트 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인생에서 가장 힘든 삶을 보내왔다. 22년간의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끝났고, 할리우드 파업으로 일자리마저 잃었다.
그런데 그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은 LA 지역의 감당하기 힘든 주택 임대료 수준이었다. 웨스트 씨는 이혼 후 아내와 함께 살던 우드랜드힐스 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는 “원베드룸 아파트가 월 3,000달러였고, 여기에 주차비까지 따로 내야 했다”라며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였다”라고 설명했다.
웨스트 씨는 결국 주거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정든 LA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침 중가주 프레즈노에 사는 친구들이 올라오라고 권유했고, 프레즈노에서 일반 주택의 방 하나를 임대하게 됐다.
현재 함께 사는 룸메이트는 집 소유주로, 웨스트와 비슷한 연령대다. 두 사람은 2년째 함께 살고 있다.
방 한 칸을 임대하는 과정에서 짐을 방 하나 크기로 줄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분의 짐을 보관하기 위해 셀프 스토리지를 임대하고, 추가 수납 공간을 위해 방 안에 선반도 직접 달았지만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웨스트 씨는 “나를 이해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비슷한 연령대의 룸메이트가 있다는 점이 좋다”라며 정서적 장점을 우선 꼽았다.
그는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나처럼 룸메이트를 찾게 될 것”이라며 “주거비와 식비를 포함해 모든 것이 너무 비싸고, 사회보장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재정적 장점도 덧붙였다.
■ 65세 이상 룸메이트 급증
룸메이트 매칭 플랫폼 ‘스패어룸’(SpareRoom)에 따르면, 현재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룸메이트 연령층은 6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대가 주택 룸메이트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큰 연령대는 고령 X세대에 해당하는 55~64세로 조사됐다.
맷 허친슨 스패어룸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50~60대 중에는 이직이나 이혼 등 인생의 큰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임대료가 크게 오르기 전인 10년 전만 해도 이 연령대는 룸메이트를 찾지 않고 원베드룸이나 스튜디오 아파트를 임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친슨 디렉터에 따르면 고령층이 룸메이트를 찾아 생활비를 줄이려는 현상은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 전국적인 추세다.
허친슨 디렉터는 또 “충분한 은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중장년층에게 임대와 룸메이트 생활은 일종의 재정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라며 “45세 이상 룸메이트는 10년 전만 해도 전체 시장의 10% 남짓이었지만, 현재는 거의 4분의 1 수준까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 나이 차이 30세 이상인 경우도
고령층 룸메이트라고 하면 TV 시트콤 ‘골든 걸스(The Golden Girls)를 떠 올리는 경우가 많다. 골든 걸스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집에서 함께 사는 네 명의 황혼기 여성의 유쾌한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대가 룸메이트로 함께 사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스페어룸에 따르면, 전체 룸메이트 가구의 약 39%가 나이 차이가 20세 이상인 ‘다세대 가구’ 형태로 살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약 27%는 나이 차이가 무려 30세가 넘는 룸메이트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많은 고령층은 처음에는 룸메이트 생활에 대해 거부감이나 회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함께 살아본 뒤에는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이혼 등 어려운 상황을 겪은 뒤 룸메이트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상당히 조심스럽고 회의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
허친슨 디렉터는 “아파트 임대료에 모든 돈을 쓰면서 외출도 못 하고 혼자 지냈다면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라며 “이런 룸메이트 관계는 작은 공동체로, 세네 명이 함께 사는 아파트는 일종의 작은 가족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 고령층 룸메이트 앞으로 더 늘 것
룸메이트와 함께 주택을 임대하는 고령층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에 주거비 부담이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고령층 주택 소유자들 중에서는 상승하는 모기지 비용과 생활비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남는 방을 임대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급등하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위해서 룸메이트를 들이는 것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허친슨 디렉터에 따르면, 고령층이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주거 트렌드는 삶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몇 살쯤 되면 이 정도 집과 재산은 있어야지’ 하는 과거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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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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