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유럽 채무 위기를 서로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롬니는 오바마 정책과 지출이 "미국을 유럽의 전철을 밟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오바마 측은 긴축에 초점을 맞춘 공화당 정책은 유럽이 겪는 스태그네이션(장기 경제 침체)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뉴욕의 연구·컨설팅 전문 유라시아그룹 이안 브레머 대표는 "이들이 모두 선거용으로 유럽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꼬집었다.
오바마에게는 이런 공격이 지정학적 위험을 수반한다.
공화당에 대한 비판이 긴축 정책의 대표적 옹호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 상태’인 롬니는 한결 자유롭다.
오바마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뉴욕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유럽’을 수차례 언급했다.
오바마는 기부자들에게 "유럽 상황이 모든 걸 지체시키고 있다"며 "롬니와 공화당이 선호하는 긴축 정책은 정부를 철저하게 위축시키고 고용 성장 및 중산층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클린턴은 달랐다.
그는 "공화당이 유럽의 경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클린턴은 "공화당은 ‘늙은 유럽’이라고 비웃으면서 그 긴축 및 실업 정책을 수용하려 한다"며 "’유로존 정책을 따라 하자’고 말하는 곳에서 숨을 쉬는 것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늙은 유럽’은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의 대(對) 테러 전쟁 정책에 대해 유럽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데 분개해서 한 언급이다.
롬니는 유럽처럼 되지 않으려면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우리에겐 두 길이 있다. 그 하나가 사회복지를 위해 군대를 점점 쪼그라들게 하는 유럽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며 "아무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이런 길을 갈 거냐"고 따졌다.
롬니는 지난해 오바마가 유럽 사회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영감을 얻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5월의 저조한 고용 성적과 관련해 각종 경제 지표가 유럽 위기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대서양을 덮은 구름을 걷어내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이들 지도자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가 메르켈 총리에게 긴축 정책을 완화하고 지출에도 신경 써달라고 요구했을 때도 부정적 응답과 함께 관계가 소원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70년 만에 최악의 리세션(경기후퇴)으로부터 미국을 구하는 방책이 경기 부양이냐, 긴축이냐의 논쟁은 재임 기간 내내 오바마를 괴롭혔고, 롬니는 이를 핵심 선거 이슈로 삼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오바마의 접근법에 손을 들어줬다.
스티글리츠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가 약화했을 때 재정 긴축 정책을 쓰는 것은 1929년 대공황 전야에도 그랬듯이 재앙적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롬니는 연방정부 지출을 조이는 계획을 지지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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