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지지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캠페인 단체를 만들기로 했다. 미주한인의목소리(Voice of Korea American)가 결성된 것은 이듬해인 2013년 1월16이었다.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김 회장도 거대한 미국 관료 시스템을 맞상대하며 내공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MD·VA 교과서부터 공략 선회”
‘미주한인의목소리’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피터 김 회장과 은정기 상임위원장 이하 토마스 리 변호사, 한상준 변호사, 이준호, 이수영, 제임스 리 등 뜻을 같이하는 한인들이 힘을 가세했다. 그러나 돈은 전혀 없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단체가 어떤 일을 앞으로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거창하게 시작은 했지만 김 회장은 내심 굉장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고민하던 그는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미대사관에도 의견을 내보았지만 반응이 시큰둥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기회를 얻어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된 김 회장은 어렵게 길을 뚫어 유 모 외교부 해양영토과장과 만났다.
“앞으로 미국에서 공립교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일 작정입니다. 포럼을 열고, TV로 홍보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될 예정이고 워싱턴 외에 지부도 세우려 합니다. 그러자면 풀타임 직원이 다섯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산도 400만달러가 필요합니다.”
‘2014년 6월까지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 동해병기를 실현한 후 50개주로 확대한다. 미 국무부 차원에서 동해병기가 공식 입장이 되도록 한다. 국제수로기구(IHO) 통과는 2017년으로 잡는다’ 는 등의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유 과장은 “아 이러면 되겠네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략은 물론 행동 계획까지 상세히 담은 사업계획을 보고 적극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부푼 가슴을 안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유 과장의 약속은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그는 미국에 와서 타지역과 전략회의를 하는 등 몇 가지 구상을 얘기했지만 끝내 오지 못했다. 한국정부에 의지하는 것도 안되겠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 사업계획서 대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정부의 교육 관계자들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던컨 연방교육부장관에게 보냈던 서류를 약간 수정, 보완해 브리핑 자료를 새로 만들었다.
일본해와 동해를 같이 써야 하는 역사적 배경을 담고 서명 캠페인을 전개한 일, 백악관의 문을 두드렸던 일, 연방교육부장관에게 서한을 보낸 일 등을 설명한 뒤 동해병기를 지지하는 46개 한인단체들의 명단을 첨부했다. “교육부장관이 각 지역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라는 조언을 했다”는 언급을 잊지 않았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었다.
MD주 교육위원회 관계자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4월23일이었다. 앞에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MD 교육위원들은 “MD주는 각 카운티 별로 교육 정책을 결정한다”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너무나 흥미로운 것을 알려주니 고맙다.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태도였다. 실제로 MD주는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교과서를 직접 선정하고 내용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었다.
MD주 교육위원들은 하워드 카운티를 먼저 상대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심지어는 여러 교과서 가운데서도 ‘Nystrom’이라는 지도 제작 출판사가 중요하다며 먼저 공략하라는 충고까지 해줬다.
갑자기 일사천리로 문제들이 해결되는 듯 했다. 8월쯤 하워드 카운티 교육위원들을 만났더니 동해병기의 타당성을 인정하며 교사 지침을 곧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교육 관계자들로부터 얻어낸 첫 공식 지지였다.
<이병한 기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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