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김 회장에게 좋은 선물이란 몽고메리 카운티가 교사지침서 하달 정도가 아니라 교육청의 정책을 아예 바꿔 동해병기가 되지 않은 교과서는 사용을 못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프로세스를 변경해 혹여 실수로라도 일본해가 단독 표기된 교과서가 선정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몽고메리카운티 수용으로 ‘대세’
주민이 100만이 넘는, 메릴랜드주에서 가장 큰 카운티가 동해병기를 결정했으니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볼티모어 카운티마저 가세하자 메릴랜드주 공립교 학생의 70%가 앞으로 동해병기가 된 교과서로 공부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김 회장은 나머지 카운티들은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동해병기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메릴랜드주가 이처럼 비교적 수월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위원과 일선 교사 등 교육계의 호의적인 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김 회장은 보고 있다. 형식과 절차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질적인 관료 행태와 맞닥뜨렸으면 이 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다행히 메릴랜드주 교육 관계자들은 ‘교육적인’ 차원의 문제 제기를 기꺼이 들으려 했고 역사적, 객관적으로 고증된 사실로 확인되면 수긍했다.
올해 10년 만에 교과서를 새로 바꿔야 하는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는 김 회장과 은정기 상임위원장을 교과서 선정위원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작년 12월4일은 김 회장과 은 위원장이 한인으로서는 아마 최초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공립교 교과서 채택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날일 것이다. 그날 두 사람이 각종 교과서들을 꼼꼼히 점검했더니 놀랍게도 60% 정도는 이미 동해병기가 된 교과서들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한인들의 동해병기 캠페인 소식이 메릴랜드주 교육관계자는 물론 출판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한 교과서 안에도 동해가 쓰인 지도가 있고 없는 것도 있어서 출판사들이 부랴부랴 개정 작업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김 회장은 “동해병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또 같이 적는다고 해서 손해 볼 일도 아니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러나 졸속으로 인쇄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한인들이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에서의 동해병기 캠페인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자 한국 언론이 먼저 떠들썩했다. 연일 방송, 신문, 인터넷이 이 사실을 보도했고 사람들은 통쾌한 기분을 느끼는 듯했다. 한일전에서 승리한 듯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캠페인 당사자들의 마음 한구석 여전히 아쉬움이 있었다. 정작 워싱턴 한인사회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미국 교육 관계자들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동포사회는 반응이 썰렁해 섭섭한 감이 없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나중에는 수백 명씩 리치몬드로 몰려가 한인들의 힘을 과시하고 무언의 압박으로 법안 통과에 큰 기여를 했지만 동해병기는 그때까지만 해도 피부에 와 닿는 절실한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해가 바뀌어 2013년이 됐다. 이제 버지니아주 차례였다. 버지니아주는 교과서 내용과 선정 등을 주 차원에서 하기 때문에 메릴랜드주와는 전략이 사뭇 달라야 했다. 그래서 법안 자체를 변경해 못을 박자는 아이디어를 갖게 됐다.
그런데 버지니아주도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었다. 4월25일 주 교육위원회가 “VA는 학습 기준(standard of learning)에 이미 동해병기를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2009년 교육 관계자들이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간 분쟁이 있는 해양의 명칭은 두 개를 모두 쓴다는 원칙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미리 바꾼 것이었다.
<계속><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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