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 해도 어차피 갈 거라면 눈 감고 하루쯤은 주정꾼이 되었다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런 길로 들까보다. 등 굽은 나는 지금 어디쯤에 와있을까 그 좁은 골목길로…
[2010-11-18]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
[2010-11-16]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
[2010-11-11]가을 들판이 다 비었다. 바람만 찬란히 올 것이다. 내 마음도 다 비었다. 누가 또 올 것이냐. 저녁 하늘 산머리 기러기 몇 마리 날아간다. 그리…
[2010-11-09]두 손을 펴든 채 가을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
[2010-11-04]내가 깊이 깊이 잠들었을 때, 나의 문을 가만히 두드려 주렴. 내가 꿈속에서 돌아누울 때, 내 가슴을 말없이 쓰다듬어 주렴. 그리고서 발가락부터 하나씩 …
[2010-11-02]더 이상 시들 것 없는 벌판 속으로 바람이 몰려간다 풍찬노숙의 쓸쓸한 풀꽃 몇 포기 아직도 지지 못해서 허옇게 갈대꽃 함께 흔들리는 강가 오늘은 우주의 끝으로 …
[2010-10-28]초인종이 울리고, 문득 그녀가 돌아왔다 저녁을 차려준다 오똑한 콧날 약간 붉은 금발 그녀는 샤워를 한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 계란 프라이를 한다 전자 레인지…
[2010-10-26]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겨우 몇 평의 감자밭 옥수수 밭이 보이면 그 둘레의 산들이 먼저 우쭐거린다 제 몸을 가득 채운 것들을 신의 흔적이다, 라고 믿지만 두 눈으로…
[2010-10-21]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이매창(1573 - 1610) 황진…
[2010-10-14]얼만큼 버려야 저 산처럼 조용할까 얼만큼 멀어져야 저 들처럼 편안해 질까 여기까지 오면서도 떨쳐 버리지 못한 욕망 가파르게 흐르는 물에다 떠내려 보내도 다 떨쳐내지…
[2010-10-12]방학동 숲속에서 몰래 향수를 만들던 친구가 녹지대 불법건축물 단속으로 추방당하고, 친구의 비데오 제작사업을 인수받았으나 불량음반 단속법에 걸려 실패하고, 어렵사리 나훈아의…
[2010-10-07]한, 꼬리만 붙잡고 나 혼자 남았다. 斷指하듯 제 꼬리를 뚝, 자르고. 너도 독종이구나 야쿠자 도마뱀 힘께나 써 보이는 도마뱀 은근히 유혹하다가 꼬리를 빼는…
[2010-10-05]끼니 생각도 없어 그냥 누웠는데 발이 점점 시려온다 이불깃을 당겨도 숭숭 바람이 든다 속이 비어 그런가 찬밥덩이 물 말아 한 술 뜨는데 투 둑, 눈물방울이 서럽다 알.…
[2010-09-30]감사히 먹겠습니다! 먹은 것은 다 똥으로 돌아간다 이 들에서 얼마나 많은 선조와 선임자가 똥을 눴을까 이 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물 안팎의 나이로 묻혔을까 야영이 끝…
[2010-09-23]잠은 멀어만 가고 상처는 자꾸 되살아나 형수씨 주걱에서 옮아 묻던 정이나마 스미어 골수에 배듯 흥건하게 고인다 푸념도 길이 들어 개개풀어진 어린 것들 죄 없는 두 뺨에…
[2010-09-21]비상 수단을 쓰기로 한다 비닐 봉지에 땡감을 담고 사과 한 알을 같이 넣어 봉한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어리둥절한 사과와 땡감이 서로 무관심한 척 등 돌리는 …
[2010-09-16]한낮의 달아오른 태양이 거죽을 팽팽히 당겨 쏟아내는 무량의 빛살 그 먼 길을 날아오고도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쏟아지는 빛살들 온 대지에 꽂힌다 수백 년 일가를 이룬 마…
[2010-09-14]머지않은 장래에 창녀가 될 계집애를 끔찍이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피리 같은 골목을 지나, 다 쓰러질 것 같은 적산가옥 양지바른 시멘트 벽에 기대어, 지금도 울고 있을 그 계집…
[2010-09-09]막일을 하듯 여름이 지나면서 나는 자장면을 먹고 첫사랑과 헤어졌다 가고 오는 것도 일이라고 반쯤 남긴 면발이 질기고 길게 달라붙었다 간밤에 혼자 마시던 술이 바닥을…
[2010-09-02]‘뉴욕한인회 창립 65주년 기념식 및 제38,39대 뉴욕한인회 신·구회장 이·취임식’이 지난 12일 퀸즈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KCS뉴욕한인봉사…
이상현(Sang H. Yi) 전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의원이 연방 교통부 해상청장 대행(Acting Maritime Administrator)에…
이스라엘과 무력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다급히 보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