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이발소 하는 어떤 형한테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바야흐로 설 단 대목에 오줌 누고 뭐 볼 새도 없이 바쁜데 엊그제 새로 들인 머리나 감기는 아이놈 하나가 세상…
[2010-01-07]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
[2010-01-05]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 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에 기대 서 있다 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아 길이 되었다 …
[2009-12-31]1943년 10월 19일 밤 하나의 물음표(?)로 시작된 나의 인생은 몇 개의 느낌표(!)와 몇 개의 묶음표()와 몇 개의 말줄임표(,,,,,,)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
[2009-12-29]하늘 맨 꼭대기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밤새 내린 눈 하얗게 오신 아기 예수 모두 잠든 밤 홀로 깬 눈동자 별빛 영원 차가운 땅에 하얗게 하얗게 맨발…
[2009-12-24]나이 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벽에 똥칠하기 전에 어서 가야 한다고 말끝 흐리시는 친정어머니 열세 평 영구 임대 아파트 칠 갈라진 옥색 문갑 위에 경비실 황영감이 따다…
[2009-12-22]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
[2009-12-17]이십 년간 만나지 못한 아버지가 꿈에 보인다 마당 휑한 고향집 새벽에 눈 내렸다고 어서 일어나 눈 쓸란다 주먹만한 함박눈이 바람도 없이 쌓이는 밤 하루 지난 소식을 …
[2009-12-15]또 배탈이군. 한때 돌조차 삭이던 위장이었는데. 그렇지, 장모가 전라도 배추를 경상도 고춧가루로 버무린 탓일 거야. 아냐, 맥도널드 햄버거에 우리밀 빵을 함께 먹은 탓인지도 몰라…
[2009-12-10]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
[2009-12-08]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2009-12-03]A : 얘 사고 난 거 아냐? B : 어유, 그 형이 사고를 내요? 형, 그 형 차 안 타 봤어요? 주행속도 평균 이십 킬로 미터야요. C : 야! 차 슬슬 몬…
[2009-12-01]삼척에 가서 도루묵을 먹었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 가슴에 사무쳐 먹었네 어쩌면 세상 일이 온통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 상관없고 귀하고 …
[2009-11-26]아이가 걸어간다. 늦가을 과수원 한 귀퉁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지 사이로 한 알 붉은 사과를 찾아낸 탄성. 태풍에 스러져간 푸른 열매들의 영혼이 몇 점 구름이 되어…
[2009-11-24]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울면서 집으로 간다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아저씨가 집으로 간다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눈두덩이에는 …
[2009-11-19]사무실 건물 환경원 아줌마가 옥상에 감자를 심어 길렀다고 오늘 캤다고 뜨끈뜨끈한 주먹만한 감자 세 알씩을 사무실마다 돌리며 귀한 거니 잡수어보시라고 했다 세알을 맛있게 다 먹었다…
[2009-11-17]50년대 혹은 60년대 지금보다는 많이 가난했던 시절 거리엔 비 오는 날에도 우산도 없이 다니는 사람들 꽤나 많았지. 문득 장대같이 빗줄기 굵어지면 사람들 이리…
[2009-11-12]갈잎나무 이파리 다 떨어진 절길 일주문 앞 비닐 천막을 친 노점에서 젊은 스님이 꼬치 오뎅을 사먹는다 귀영하는 사병처럼 서둘러 국물까지…
[2009-11-10]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
[2009-11-05]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2009-11-03]‘뉴욕한인회 창립 65주년 기념식 및 제38,39대 뉴욕한인회 신·구회장 이·취임식’이 지난 12일 퀸즈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KCS뉴욕한인봉사…
이상현(Sang H. Yi) 전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의원이 연방 교통부 해상청장 대행(Acting Maritime Administrator)에…
이스라엘과 무력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다급히 보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