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
[2009-03-19]우리 형제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환자실로 운구 커터가 옮겨져 왔다. 중환자실에서 안치실로, 곧바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를 거쳐, 이승이 아닌 듯 온통 환한 불빛만이 있는 구불…
[2009-03-17]집으로 가는 길, 담 모퉁이에 기대어 있었다. 녹색을 입고 있었지만 빈 속이 다 보였다 골 뚜껑을 훤히 열어 놓고 있었다 흩날리는 눈발 속이었다 몇몇의 눈발…
[2009-03-12]소읍 변두리 처가妻家 술 떨어진 밤 술 사러 간다 날벌레들 싸락눈처럼 몰려드는 가로등 밑 공중전화 똑, 똑 전화카드 돈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똑, 똑 눈…
[2009-03-10]채풍묵(1959~) ‘멧돼지’ 전문 이 나라 입시생은 인간이 아니다 다만 고3일 뿐이다 그래도 푸른 나이 문득문득 주체 못할 힘을 뿜는다 쉬는 시간 복도를 휘젓…
[2009-03-05]집 주인의 양육법이 궁금하다 태생이 다른 농경과 유목의 혈통 방금 전 냉장고가 삼킨 것은 생선 몇 마리 그 중 한 마리가 고양이 입 속으로 들어간다 생선이나 육…
[2009-03-03]겨우내 저 혼자서만 웅크리고 살던 빈집 녹슬어버린 펌프는 녹슨 느낌표로 서 있다 안부를 묻지 않고 지내는 동안 우물가의 푸른 이끼들 누렇게 말라버렸다 오래되었거나,…
[2009-02-26]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
[2009-02-24]‘바보야’라는 제목이 붙은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을 보고 껄껄 웃었습니다 세상엔 잘난 인간 잘난 물건 천지인데 예수를 따르시는 당신은 ‘바보예수’처럼 바보가 되셨군요 …
[2009-02-19]비가 오면 강물은 제 하고 싶은 말을 점자로 밀어 올린다 오늘은 물속이 흐리다고 물고기들 눈빛도 커튼을 친 양 흔들리고 있다고 오늘은 땅과 물의 …
[2009-02-17]안개 자욱한 호수 바람결에 수런대는 서어나무 숲 파랑새 노래하는 저편 너무 젖거나 너무 마르거나 무겁거나 가벼워도 중심을 놓쳐버릴 작은 배 마음 이쪽에서 …
[2009-02-12]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
[2009-02-10]말이 좋아 삭힌 거고 숙성이지 결국은 조금 상한 것 아니겠는가 시들어 꽃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우리의 한 시절은 모두 비…
[2009-02-05]월요일이 공구통 같은 마을버스 흔들며 떠날 때 취한 사내 하나 술병처럼 사람들에 부딪혀 넘어진다 정류소 표지판을 잡고 비뚤어진 그림자 일으켜도 사내의 월요일은 쉽게 집…
[2009-02-03]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 가지에 …
[2009-01-29]죽은 지 여러 날 지난 그의 집으로 청구서가 온다 책이 온다 전화가 온다 지금은 죽었으므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반송…
[2009-01-27]아버지, 검은 입 벌린 채 눈 감았다 나는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진달래꽃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나는 아버지 다리가 녹슨 레일처럼 구부러지지 않게 두 팔로 힘껏 무…
[2009-01-22]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2009-01-20]변두리 공터 부근 적막이며 개똥무더기를 동무 삼아 지나가다 보면 난데없이 옆구리를 치는 뜨거운 튀밥 냄새 만날 때 있지 그 짓 하다 들킨 똥개처럼 놀라 돌아보면 …
[2009-01-15]1억5천만km를 날아온 불도 엄연한 불인데 햇빛은 강물에 닿아도 꺼지질 않네 물의 속살에 젖자 활활 더 잘 타네 물이 키운 듯 불이 키운 듯한 버드나무 그늘에 기대어 …
[2009-01-13]‘뉴욕한인회 창립 65주년 기념식 및 제38,39대 뉴욕한인회 신·구회장 이·취임식’이 지난 12일 퀸즈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KCS뉴욕한인봉사…
이상현(Sang H. Yi) 전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의원이 연방 교통부 해상청장 대행(Acting Maritime Administrator)에…
14일 워싱턴DC에서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열렸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79번째 생일날이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