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 바닥난 사랑, 바닥난 눈물을 채워 주는 그런 주유소 하나 없을까? 지치고 허기진 가슴 구멍 뚫린 갈비뼈 사이로 주유봉을 꽂으며 “얼마만큼의 사랑을 넣어…
[2007-01-02]오늘도 세 차례 장례를 치렀다 아침, 빵과 샐러드를 먹었다 밀과 브로콜리 시체를 다 먹고 나서 오렌지 생살을 짜마셨다 점심, 고등어구이 백반을 먹었다 등 푸른 생…
[2006-12-28]숲냄새에서 깨어나보면 도깨비바늘이 옷에 묻어 털어낼수록 깊이 박힌다 살속으로 뼛속으로 꿈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그대는 저 나라까지 옷섶에 붙어서 찌르고 할퀴고 피흘리는 우리의…
[2006-12-26]물가의 버드나무는 시를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드나무를 시인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버드나무는 몇 개의 지병을 갖고 있고 버드나무는 맘속에 끄지 못한 불길들이 있다 …
[2006-12-21]야근 끝내고 돌아오는 남편을 맞기 위해 사택(社宅) 골목 어귀에 다소곳이 서 있는 새색시의 스웨터 사이로 사글세방 연탄이 꺼지고 으슬으슬한 저녁 “이것 좀 먹어봐.” 불쑥 방…
[2006-12-19]동네 어른이 돌아가셨다 가마솥이 마당에서 끓고 돼지를 잡아 삶았는데 이놈 삶은 돼지는 키득키득 웃고 있다 아버지는 돼지의 웃음을 다치지 않게 썰고 있다 소주 한 잔 벌컥…
[2006-12-14]겨울 양재천에 왜가리 한 마리 긴 외다리 담그고 서 있다 냇물이 다 얼면 왜가리 다리도 겨우내 갈대처럼 붙잡힐 것이다 어서 떠나라고 냇물이 말미를 주는 것…
[2006-12-12]못쓰게 된 밥그릇에 모이를 담아 병아리를 기른다 병아리가 대가리를 망치처럼 끄덕거리며 모이를 쫀다 부리가 밥그릇 속에 빠져 보이지 않는다 더 깊이 주둥이를 먹이에 박으려고…
[2006-12-07]사과를 깎는 일만 능사가 아니다 이것 봐라 이것 봐라 니켈 나이프를 번쩍번쩍 핥으며 즐거운 노래가 기어나오고 있어 과향을 풀어 주는 눈먼 꽃뱀 한 마리 과육을 갈라 …
[2006-12-05]너를 따라 오르다가 하늘을 만났다 너를 쳐다보다가 하늘이 내 키만큼 내려오는 것을 알았다 분수, 너 때문이야 오늘 이렇게 신이 나는 건. …
[2006-11-30]건전지는 극과 극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물려 있다 애(愛)와 증(憎), 삶과 죽음의 자웅동체이다 어느 것 하나로는 심장은 뛰지 않는다 내 사랑도 죽이고 싶을 만큼의 똑같은 전압이…
[2006-11-28]강원도 태백 너덜샘 펑펑 솟는 물 위로 그대에게 사랑의 편지 쓰나니 그 물 흘러 낙동강 일천 삼 백리 물길 따라 흐르고 흘러 그대의 수도꼭지 끝에 가슴 두근두근 거리며 닿는다면 …
[2006-11-23]1.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아무도 보는 이는 없었지만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생각 없이 힘껏 걷어찼다 돌부리는 그대로 있고 나는 내 발을 잡고 눈물을 질…
[2006-11-21]물 속을 걸어들어 간 산 하나 물방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 하나 산에 꽃이 핀다 이성선(1941~2001)‘물방울’전문 물방울 속으로 들어…
[2006-11-16]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
[2006-11-14]공항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출입구가 차별화된 것을 경험한 후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를 내국인으로 남기를 고집하고 있다 여권 갱신 때마다 본적과 현주소가 불투명하다…
[2006-11-09]하늘이 저렇게 높아도 날갯짓 안팎으로 만족하고 바다가 아무리 깊어도 결코 밑바닥까지 넘보지 않는 갈매기들 어떤 하늘이나 바다를 만나도 발…
[2006-11-07]사랑이란 생각의 분량이다. 출렁이되 넘치지 않는 생각의 바다, 눈부신 생각의 산맥, 슬플 땐 한없이 깊어지는 생각의 우물, 행복할 땐 꽃잎처럼 전율하는 생각의 나무, 사랑이란 비…
[2006-10-31]미래가 어떤 세상인지 너는 알고 있는지? 체세포 복제를 통해 2세를 얻을 수 있는 세상 기계가 만나게 해준 정자 난자의 결합체가 인큐베이터에서 무럭무럭 …
[2006-10-26]거인처럼 뚜벅뚜벅 가을은 왔다 와서 높은 데 걸려있던 낡은 간판을 사정없이 끌어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기저기 세워놓았던 나무의 이름과 길 이름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숲은 빠른 속…
[2006-10-24]생후 3개월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뉴저지 한인 여성 그레이스 유씨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13일 뉴저지주법원 버겐…
최근 LA와 뉴욕, 워싱턴을 비롯해 미 전국적으로 이민당국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난데일과 스털링…
14일 워싱턴DC에서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열렸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79번째 생일날이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