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 나는 이렇게 본다
▶ (마커스 놀런드, 워싱턴포스트 기고)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이것이 북한이 진정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신호인가 더 많은 원조를 한국으로부터 받아 내려는 술책인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북한이 개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소련과 동구의 공산정권이 무너진 이래 김정일은 동유럽의 각국의 개혁정책을 “병균”과 “모기”에 비교하는 등 격렬히 비판해 왔다. 1994년에는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마저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자”라고 욕했으나 최근 경제난으로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상당히 약화됐다. 작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양국은 각자 자기 형편에 맞는 사회주의를 추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최근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북한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등소평의 "개방정책”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을 찬양했을 뿐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개방정책을 지지한다”고까지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경제개혁을 수용할 자세를 갖췄으며 중국이 그 모델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중국 방문중 컴퓨터 공장을 견학하고 입을 딱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마음만 있다고 일이 뜻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북한의 개혁을 중국보다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개방을 하면 할수록 북한 체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며 부자가 대를 이어 통치하는 정치체제도 개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이 경제개혁에 성공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고 한반도의 긴장도 완화될 것이다. 미사일등 무기나 마약 판매, 위조지폐 양산도 하지 않을 것이며 핵개발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득을 군사 현대화에 사용한다면 미국은 더욱 강해진 적국과 상대해야 한다. 작년 국제사회의 경제원조를 받으면서도 북한은 무기를 대량 수입하고 군사비 지출을 늘렸다.
북한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술책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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