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증 완화부터 공포증 극복까지 다양한 효과
자동차 수리중 연료탱크가 폭발, 온몸의 42%에 3도 화상을 입고 유니버시티 오브 워싱턴의 화상병동에 입원한 제임스 포코니는 간호원이 붕대를 풀 동안 똑바로 앉아 있다. 진통제도 듣지 않는 통증이 붕대를 갈 때는 더 심해져 포코니는 의사들이 시도한 새로운 방법에 따라 컴퓨터 모니터와 헤드폰, 자기 손가락의 위치를 추적하는 트래커 달린 검은 플래스틱 헬멧을 쓰고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총천연색 3차원 그래픽과 음향이 곁들여진, 화덕과 주전자, 찬장, 커튼밖 하늘에 흰구름까지 갖춰진 꼭 진짜 같은 부엌안에는 꼭 진짜같은 거미가 한 마리 있다. 포코니가 그 거미를 손가락으로 잡아서 꼭 진짜 같은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리는데 집중하는 동안 그렇게 심했던 상처의 고통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 대학의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연구소에서 이 학교의 재활의학, 수술 및 심리학 교수인 데이빗 페터슨 박사과 함께 실험중인 인지심리학자 헌터 호프만 박사는 "가상현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통증을 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인공의 세계인 ‘가상 현실’이 의료 분야, 특히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비행이나 천둥번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고쳐주고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완화시켜주며 당뇨병 환자들이 손을 따뜻하게 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이미 1990년대 초에 오락용으로 크게 주목받은바 있으나 20만달러에 가까운 기계값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지만 요즘은 그 가격이 2만달러대로 크게 내려감에 따라 의료 및 심리학 분야에서도 실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게 한다"고 아틀란타 재향군인병원의 임상심리학자인 데이빗 레디 박사는 말한다. 그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참전용사들의 전후 스트레스 증상 치료에 이용한다.
호프먼박사와 패터슨 박사가 영국 의학지 ‘페인’ 3월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화상치료 목적으로 피부이식을 받은 환자들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수술용 스테이플 제거시 닌텐도 비디오게임과 가상 현실 부엌 놀이를 각각 시켜본 결과 한 환자는 닌텐도를 할 때는 95% 통증을 느꼈으나 가상현실 놀이시에는 겨우 2%만 느꼈다고 대답했으며 또 다른 환자는 각각 91%, 36%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만성통증에도 널리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가상현실은 공포증 치료에도 효과적이라 호프먼 박사는 가상 부엌의 거미로 거미 공포증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심리학대학원의 브렌다 위더홀드박사는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비행공포증을 비롯한 몇가지 공포증을 치료했다.
뿐만 아니라 끔찍한 전시체험 때문에 시달리는 참전 용사들의 스트레스증상을 완화시키는 실험에서도 상당한 전망이 보이고 있으며 버지니아주 랭리의 랭리 NASA 연구소의 앨런 포프 박사 같은 이는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당뇨병과 레이노씨 병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들로 하여금 피가 통하지 않아 차가운 자기 손의 혈관이 맥박과 함께 팽창하고 수축하는 가운데 따뜻해지도록 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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