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국가론’에서 한 나라의 통치계급은 공무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을 가져서는 안되며 아내와 아이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0년대 미국에서도 ‘아내 바꾸기’(wife swapping)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미 중산층 파탄 가정의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해 호평을 받은 영화 ‘아이스 스톰’을 보면 백인 부부가 모여 파티를 하다 자동차 키를 바구니에 담은 후 여자들이 하나씩 집는 장면이 나온다. 잡은 키 주인 남자와 그 차를 타고 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한동안 사라졌던 ‘아내 바꾸기’가 인터넷 붐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부분은 백인들 사이에서 이뤄지지만(대표적인 웹사이트 중에는 플라톤의 이름을 딴 것도 있다) 최근에는 아시안, 그 중에서도 한인을 주 대상으로 한 것도 있어 충격적이다. 한인사회에 이름이 잘 알려진 한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부부에 한함, 그룹 섹스, 30~40대, 재미로 남편과 아내 교환, 신체검사 필요할 수도 있음’이란 문구를 내걸고 부부 교환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클럽은 올해 초 개설돼 현재 회원이 690여명에 이르고 있는데 대상은 아시안이지만 회원의 99%가 한인이다. 회원들의 거주지는 남가주를 비롯 네바다, 워싱턴, 뉴욕등 미전역에 걸쳐 있으며 한국에서까지 가입해 온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클럽에 가입해 마음대로 상대를 골라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남녀 비율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 대부분이 남성이고 여성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에 10대 소녀부터 50대 아줌마까지 끼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사이트에는 부부교환 클럽 이외에도 20~40대 쓸쓸한 남녀의 데이트 알선 클럽부터 미 동부 한인 대화방, 아내 속옷 입는 클럽, 텍사스 한인 데이트장, LA 게이 클럽등 해괴망측한 성인클럽까지 올라와 있다.
이런 클럽은 오래 갈 것 같지만 그 생명은 의외로 짧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생리적으로 육체적 만족보다 정서적 만족을 중요시하는 여성은 이런 생활방식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영화 ‘아이스 스톰’은 결국 주인공들이 부부 바꾸기의 공허함을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것으로 끝난다. 플라톤도 만년에 쓴 ‘법’에서는 부부 공유의 비현실성을 인정했다. 한인사회에 부부 교환 클럽이 있다는 사실만도 쇼킹하다. 이제 인터넷의 후유증은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성인들에게도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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