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아를 키우며
▶ 김준<새크라멘토·이중언어 교사>
나는 여덟살짜리 장애아를 가진 엄마다. 8년을 넘게 아이를 기르면서 흘린 눈물을 모았다면 아마도 꽤나 큰 호수 하나 정도는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무척 우울했던 적도 있고 고통스러워 목숨을 끊고 싶다는 무서운 생각도 해보았다.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작년에서야 완전히 받아들이고 나니 어느 정도 마음의 평화는 찾았으나 고통스럽기는 여전하다. 아이로부터 받는 슬픔, 괴로움보다는 주위에서 나에게 주는 고통이 더 컸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장애자를 보는 주위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시선 그리고 가끔 던지는 소위 ‘조언’이나 ‘의견’들이 나를 더욱더 괴롭게 만든 적도 많았다.
나에게‘한마음’은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한마음’은 새크라멘토 지역 장애인을 가진 한인 부모들의 친목모임이다. 2년전쯤 한 특수교육 선생님의 노력으로 모임이 만들어졌고 비록 장애의 종류는 다르나 같은 아픔을 나누고 있기에 정말 한마음이 되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매달 모여서 식사도 같이 하고 회포를 풀며 가끔은 야외에서 모임을 갖기도 한다.
‘한마음’은 나의 소외감과 아픔을 덜어주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안도감도 주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가진 부모들끼리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가질 수 있는 그 조그만 평화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나 조언도 무척 도움이 될 때가 많다. 100마일이나 되는 먼 거리를 불구하고 참석했던 가족이 있다. 친정집 온 것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웠다면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이같은 모임을 만들겠다고 열심히 뛰고 있다.
며칠전 나에게 전화를 주신 분이 있다. 그분도 ‘한마음’의 회원이다. 힘들고 괴로울 땐 전화를 걸어 실컷 울라는 말을 남기면서 친언니처럼 여기라던 그 분을 생각해 본다. 나보다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텐데도 나를 항상 위로해 주는 그 따뜻함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을 읽은 어떤 한분의 부모라도 마음을 조금 열어서 ‘한마음’과 같은 모임의 문을 두드려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고 나처럼 조그만 여유라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나에게 장애인을 가진 부모로서의 고통 뒤에 또 다른 좋은 의도가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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