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중 어느 날, 크리스티나 바우티스타는 자기의 날렵한 ‘노키아’ 셀폰을 가지고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데 일조했다. 그렇지만 전화를 걸어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대신 키패드를 이용하여 짧은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다.
"정오 집회. 내려와 모이자"
그리고 단추 몇 개를 눌러서 인근 사무실 건물에서 일하는 수십명의 친구들에게 보냈고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또 몇분 이내에 거의 모두 자기 친구들에게 그 내용을 전송했다. 그렇게 몇 단계 거치는 동안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수백명이 됐고 1시간 후 마닐라의 금융가에서 열린 시위에는 수천명의 전문직업인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에스트라다에게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2개월 동안 필리핀 반정부 세력들은 구식 행동주의와 신식 기술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다. 이곳 사람들은 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수많은 사람을 동원하는 것을 ‘인스턴트 시위’라고 부르는데 이처럼 비공식 전화 연락망을 이용한 후부터 과거 계획하는 데만 수주가 걸리던 시위에 사무실 근로자, 주부, 학생을 동원하는데 요즘은 고작 두어 시간이 소요된다. 참가자들도 시위하느라 하루 종일을 보내지 않는다. 그저 시간 맞춰 현장에 와서 구호를 외치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평상업무를 본다. 필리핀대학의 정치학과 교수 알렉스 마그노는 "피자 배달 같아요. 30분 정도면 시위가 일어나니까요"라고 말한다.
정치분석가들은 160개 이하의 글자를 이용하여 에스트라다에 관한 새로운 의문, 가십, 조크 등을 쉴새없이 주고받으며 신출귀몰하게 시위를 조직한 셀폰은 에스트라다가 지난달 필리핀 하원으로부터 탄핵받고 지난주부터 상원에서 재판을 받기 시작한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말하고 있다. 시위 덕분에 그에 대한 탄핵과정도 가속화되어 에스트라다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지 2개월만에 재판정에 서게 됐다. 1980년대에 마르코스는 정적인 베니뇨 아키노의 살인을 지시했다는 의심을 받고도 3년이 넘도록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었다.
셀폰의 이동성에 E 메일의 즉각성을 결합시킨 텍스트 메시징은 테크놀로지가 정치적 변화를 촉발한 최근의 실례다. 1989년에 중국의 천안문에서 학생시위를 일으킨 것은 당시의 최신 기술인 팩스기계였고 1979년 이란 혁명은 카셋 테입에 녹음한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육성이 수훈을 세웠다. 필리핀에서도 1986년에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전복시키자는 캠페인은 햄 라디오 전파를 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도구예요. 전화 없이는 그렇게 순식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없지요"라고 바우티스타는 감탄한다.
물론 당국이라고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찰관들도 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어디서 시위가 열릴 것인지를 알리며 대통령 지지자들은 열리기로 한 시위가 취소된 양 거짓 정보를 전화를 통해 흘리기도 한다.
오늘날 필리핀에서 보내어지는 문자 메시지는 하루에 4,500만건으로 지구상 나머지 나라들의 사용량을 전부 합한 것의 2배가 넘는다. 인구 7,600만명인 이 나라는 셀폰이 400만대로 유선전화의 300만대보다 더 많다. 필리핀의 2대 이동식 전화회사들은 진작부터 미국 셀폰 사용자들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은 텍스트 메시징 테크놀로지를 개발, 필리핀 사람들은 주가나 영화 시간표 알아보는 일은 물론 은행 일도 이 문자 시스템을 사용하여 처리한다.
텍스트 메시징은 디지털 셀폰이 등장한 5년 전부터 가능했지만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10개밖에 안 되는 단추를 여러 차례 눌러가면서 메시지를 만들기를 힘들어해서 발전하지 못했다. 필리핀의 경우 음성은 분당 20센트지만 문자 메시지 보내는데는 2센트로 훨씬 싼데다 10대들이 인터넷에서 채팅하면서 쓰는 말 같은 약어들을 자꾸 만들어 내면서 자리잡기 시작, E 메일 대신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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