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장수를 잃었다.
차기행정부의 노동부장관으로 지명된 린다 샤베즈가 1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9일 후보사퇴를 선언한 것.
전후사정이야 어찌됐건 주변압력에 눌려 각료지명자를 잃어버린 부시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파를 초월한 협력과 단결을 강조해온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백악관에 입성하기도 전에 민주당과 민주당의 근간세력인 노동단체들의 총공세에 밀려 뼈아픈 패배를 당한 셈이다.
부시는 8일 샤베즈에 대한 신임을 표명했지만 벌써 그때부터 의회주변에는 샤베즈의 지명사퇴를 점치는 의견들이 떠돌아 다녔다. 뿐만 아니라 샤베즈가 기자회견을 가진 9일 오전에는 미주리 출신의 제임스 탈렌트 전 연방하원의원, 워싱턴출신의 제니퍼 던 연방하원의원, 전 캘리포니아 웰페어국 책임자였던 엘로이스 앤더슨 등이 샤베즈의 대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부시의 정권인수위원회가 사태의 조기정리를 위해 샤베즈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수군거림도 무성하게 퍼져나갔다.
물론 샤베즈는 "지명사퇴는 독자적인 판단일뿐 외압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가 관측통들은 50대 50으로 짜여진 연방상원의 팽팽한 세력구도를 감안한 부시진영이 샤베즈 퇴진이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샤베즈를 도중하차의 막다른 길로 몰아간 표면적인 이유는 ‘위법’에 해당하는 ‘선행’이었다.
히스패닉계 여성인 샤베즈는 1990년대초 친구의 부탁에 따라 과테말라출신의 불법이민자 마사 마카도를 1년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며 돌보아 주었다.
샤베즈는 후보사퇴 회견에서 "당시 마사는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의지할곳이 전혀 없는 딱한 처지였다"며 "당시의 상황이 재연된다해도 나는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샤베즈의 선행은 현행법상 벌금형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였다. 샤베즈는 또 FBI의 신원조회과정에서 "그 당시 마사의 법적신분을 알지 못했었다"고 증언했으나 그의 친구인 작가 애비가일 선스트롬은 "마사가 불법체류자라는 말을 샤베즈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서스트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샤베즈는 신원조회과정에서 위증을 저지른 셈이 된다.
샤베즈는 이미 소수계특례법인 ‘어퍼머티브액션’을 공공연히 반대, 민주당의 근간세력인 노동단체들의 집중적인 ‘흔들기’ 표적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사면초가에 빠진 샤베즈는 지명사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으나 인준과 관련한 부시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샤베즈외에 환경청장으로 지명된 크리스티 토드 휘트만도 7년전 불법체류자 부부에게 숙소와 용돈을 제공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임신중절의 극렬한 반대론자인 존 애시크로프트가 법무장관 인준을 얻을 경우 앞으로 있을 연방대법관 임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감안, 낙태권 옹호단체들이 그의 인준을 막기위해 총력전을 전개중인 상황이다.
중앙정치무대의 경험이 전무한 부시가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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