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에 사는 얼 워싱턴 주니어(40)가 새벽 4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로 세로가 각각 7, 8 피트인 교도소에서 나온지 겨우 22시간이 지나 마음이 들떠 있는데다가 침대도 너무 부드럽고 방 2개짜리 아파트는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 문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비가 내리는데 코트도 없이 셔츠 바람으로 나왔지만 비를 맞는 감촉이 아주 좋았어요. 내가 새벽 4시에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서있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워싱턴은 심야의 산책 같은 것은 꿈도 꿀 처지가 되지 못했다. 1982년에 일어난,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강간 살인 사건 때문에 사형 판결을 받고 거의 처형될 뻔 했던 그는 벌써 오래 전에 자유에 대한 희망을 버렸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그의 변호사가 제임스 길모어 일리노이 주지사를 설득하여 새로 DNA 검사를 하게 한 결과 사건 현장에서 워싱턴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작년 10월에 사면되어 지난 12일, 연방의원 1명과 10여대의 TV 카메라까지 출동한 가운데 감옥 문을 나섰던 것이다.
18년 만에 처음으로 자기 힘으로 살아야하게 된 워싱턴은 1983년에 술에 취해 이웃 노인의 집에 침입해 의자로 노인의 머리를 때린 폭행사건 때문에 아직도 3년은 가출옥상태로 지내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워싱턴은 연신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만일 무슨 말썽이라도 나게 되면 그는 다시 감옥으로 가서 12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 앞만 보려한다.
그린스빌 교도소 문을 나설 때 모였던 환영 인파도 모두 흩어졌지만 버지니아주 사형수중에서는 최초로 살아서 감옥문을 나선 워싱턴에게는 살아야 할 삶이 있는 것이다. IQ 69로 18년동안 갇혀 지낸 워싱턴은 이제 아침으로 오트밀을 먹을 수도 있고 초컬릿 케익을 먹을 수도 있으며 목욕을 하건 샤워만 하건 상관없고 아무도 자기에게 오는 편지를 뜯어보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식기세척시도 돌려보고 커피도 만들고 아침에도, 저녁에도 스테이크를 구워 먹은 그는 세븐 일레븐에서 콜라를 사는 일도 즐겁기만 하다.
그래도 오래 그의 변호를 맡아온 배리 와인스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듯 곁을 맴돈다. “바로 일요일에만 해도 푸른 수의를 입고 감옥에 앉아 있었는데, 정말 꿈만 같다”는 그는 “이제야 부모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사실 워싱턴은 전적으로 홀로 지내지는 않는다. 그의 변호인들이 지진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등록시켜 놓았기 때문에 ‘버지니아 서포트 서비스’사 직원들이 밤이면 그의 아파트에 와서 함께 지내고 의사에게도 데려가고 요리도 가르치고 자신을 돌보는 법도 가르친다.
앞으로 핸디맨으로 훈련받을 예정인 워싱턴은 서포트 서비스의 사옥 관리를 돕고 싶다지만 훈련은 다음 주에나 시작된다. 이번 주에는 생전 처음으로 새우 요리도 먹어보고 셀폰도 써보고 CD도 사는등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그의 일인데 그중에서도 버지니아주 포키어 카운티에서 특수교육을 받다 중퇴한 그는 평생 펜실베니아를 벗어나 보지 못한 그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바로 바다를 보는 일이었다.
자유에 적응하는 일은 큰일이지만 워싱턴은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벌써 밤이면 아파트에 카운슬러 없이 혼자 있고 싶어하는 그는 빨래하러도 혼자 가고 싶어하며 운전면허도 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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