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유명인사 다수 출석 성당, 스파이 핸슨 출석으로 세상 주목
버지니아주 그레이트폴스 교외, 스프링베일 로드의 상록수 언덕에 자리잡은 시에나의 성 카타리나 가톨릭 교회는 지난 20년간 이 지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모인 성전이었다. 의사, 변호사, 관료, 테크놀로지 회사 간부, 정치인, 예술가, 정보원들이 전통 미사와 4000명 신자들의 경건함 속에서 위안과 일치를 찾던 곳이었으며 워싱턴 다운타운에서 20마일 떨어진 조용한 성당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고 예배드리기를 즐기던 곳이었다.
2월 18일까지는 그랬다. 이 성당 소속 신자인 FBI 특수요원인 로버트 핸슨이 간첩 혐의로 체포되자 갑자기 이 교회에 세상이 주목하며 저명 신자들의 이름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연방대법원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와 부인, 릭 샌토럼 연방 상원의원, 루이스 프리 FBI 국장 가족은 물론 ‘내셔널 리뷰’의 워싱턴 편집인인 케이트 오베이언이 정규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다. ‘레드스킨스’의 쿼터백들인 거스 프리로트와 마크 리피언도 워싱턴에서 뛸 때 이 성당에 다녔다. 연방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딕 게파 트의원도 부인과 함께 수년간 출석했다.
신자의 30% 정도는 교구가 정한 구역 이외 거주자라 서면 신청을 거쳐 출석하는 이 성당의 프랭클린 매커피 주임신부(57)는 자기가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자기를 이곳으로 파견한 고 존 키팅 주교도 그 막중한 책임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가끔 두렵기도 합니다만 성령께 의탁하지요. 그렇지만 강론 준비는 잘 해야해요, 그분들을 오도해서도 안되고 틀린 말을 해서도 안되니까요"
저명인사들이 많다고 이 성당의 성격이 변화한 것은 아니다. VIP석 같은 것은 물론 없고 대부분의 신자들은 자신의 전문직함 같은 것은 성당문을 들어서기 전에 떼어놓기 때문에 매커피 신부도 핸슨이 체포되기 전까지 신자 중에 전현직 FBI 요원이 10여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핸슨의 체포사실이 알려지고 처음 올리는 주일미사때 매커피 신부가 핸슨 가족과 FBI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자고 신자들에게 제안했더니 미사가 끝난 후 FBI 요원이라며 찾아온 이들이 여럿이었다.
1979년에 설립된 이 성당 교인은 1981년에 1272명이던 것이 작년에는 4068명으로 늘었다.
스칼리아, 프리등은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다른 신자들은 이 성당의 다양한 서비스와 정통 교리에 입각한 가르침을 칭찬했다. 클래식 훈련을 받은 오르간 주자와 합창단이 연주하는 모차르트와 바하의 음악도 좋고 일요일 10시 30분의, 신부가 청중들에게 등을 보이고 십자가를 향해 서서 올리는 라틴 미사, 한달에 한번씩 모든 사람들이 그레고리안 송가를 부르는 미사도 좋다고 했다. 또한 낙태는 잘못된 것이고 이혼은 죄악이며 여자는 지도자가 될 수는 있지만 신부는 될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액면 그대로 가르치는 신부님들의 자세도 좋다고 했다. 교회의 비잔틴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단장된 내부와 180그루의 장미 나무가 심어진 외관도 이들이 사랑하는 것이다.
지난 재의 수요일 미사에 참석한 450명의 신자들은 주로 백인이지만 라틴계, 아시아계도 섞인 가운데 우는 애를 달래는 평상복 차림의 젊은 엄마가 밍크에 주먹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숙녀와 나란히 앉아 있는 분위기였다. 신자들의 다양한 영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커피 신부는 2개월에 한번씩 치유미사도 연다.
1985년부터 소련과 러시아에 국가기밀을 판 것으로 알려진 핸슨이 이 교회 신자인 것을 부끄러워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자들은 매우 슬퍼했다. 핸슨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신자 줄리안 헤론(60)은 그 사실을 듣고 가족이 죽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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