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쉬리>.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2001년 < ? >.
◈ 잇는다. 우리가!새 영화 <친구>(씨네라인2, 곽경택 감독)가 한국영화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친구>가 일으키는 바람이 대단하다. 후반 작업 과정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입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더니 시사회를 마친 지금은 흥행 대성공을 확실히 예약한듯한 분위기다. 최근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때와 흡사한 개봉 전 분위기다.
모든 영화계 사람들은 요즘 만나면 <친구> 이야기다. "그렇게 잘 나왔다며?" "대단한 수준이다" "어때 재미있어?" "재미 뿐 아니다. 감동까지 있다" "그러면 흥행 잘 되겠네" "그저 잘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대박감이다" 등등.
도대체 <친구>는 어떤 장점과 미덕들을 지니고 있기에 이토록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 그들은 추억을 전설처럼 여기며 산다<친구>는 부산 남자 네 명이 어린 시절부터 20년 동안 쌓은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35)의 실제 이야기(영화 속의 정상택이란 인물이 감독 자신이다)가 소재다. 주연 배우는 유오성(35) 장동건(29).
<친구> 줄거리의 최대 장점은 극적이고, 인물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데 있다.
감독은 지금까지 ‘우정을 팔아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자괴감에 줄곧 괴로워하고 있다. 이렇듯 수줍음 많은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쓴 만큼 <친구>는 최대한 사실에 충실하게, 낮은 톤으로 펼쳐나갔다. 그러나 <친구>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극적이다.
이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판이하게 다른 남자 네 명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네 친구는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20년 우정을 쌓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의 소유자들이다.
유오성 장동건은 같은 ‘깡패’가 되면서도 전혀 다른 변모를 보이고, 남은 두 명 또한 예상치 못한 길을 걷는다. 이들이 주고 받는 것은 단순 사고의 우정이 아니다. 애증이 뒤섞인 우정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생동감이 있고 이야기가 극적이다.
◈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빛난다<친구>의 장점은 줄거리와 캐릭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로 영화인들이 감탄하진 않는다.
<친구>는 연출과 연기, 카메라, 조명 등에서도 탁월함을 과시한다. 이전 연출작이 <억수탕> <닥터 K>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곽경택 감독은 안정된 연출력으로 <친구>를 받쳐 주고 있다.
감독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빛나는 것은 배우와 카메라다. 장동건 유오성의 연기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강호 이병헌, <박하사탕>의 설경구만큼이나 돋보인다. 미국 뉴욕대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약 중인 촬영 감독 황기석의 카메라는 빛을 능란하게 이용해 전혀 새로운 질감을 선보였다.
이들이 뭉쳤기에 <친구>는 광고 카피처럼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작품이 됐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