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싱턴주 리치랜드 B원자로등 핵유적지 보존운동 활발
워싱턴주 리치랜드의 황야에는 창문 하나 없는 낡아빠진 건물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다.
이 구조물이 바로 핵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B원자로가 들어있는 건물이다. 이 원자로를 둘러싼 일대 560 평방 마일은 ‘핸포드 핵보존구역’으로 지정되어 민간인의 통제가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핸포드 핵보존구역은 미국 전체에서 가장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집중적으로 폐기보존된 지역이다.
이들 폐기물은 50년간 계속된 핵무기 생산의 부산물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보존구역내 지하 177개의 폐기물 저장탱크 중 대부분이 수십년간 계속 누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일반인의 방문을 극도로 제한한다. 그것도 18세 이하의 접근은 아예불가능하다.
2차세계대전이 장기화되자 미국은 전쟁을 조기종식시킬 목적으로 ‘맨해턴 프로젝트’로 명명된 원자폭탄 개발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핸포드 핵보존구역은 맨해턴 프로젝트의 대표적 유산이다.
최근들어 이 곳을 비롯한 몇몇 맨해턴 프로젝트 관련시설들을 국립사적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특히, 연방에너지부는 의회의 요청하에 핵유적지들의 오염제거, B원자로 영구보존 및 핵박물관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일련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내 관료들과 핵보존론자들 사이에, 핵시대의 여명기와 냉전시대의 유물이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공감대 하에서 비롯된 것이다.
논의는 특히, 최근 수년간 에너지부가 워싱턴 남부의 핸프드 보존구역, 뉴 멕시코의 로스 알라모스, 테네시의 오크리지, 기타 미전역에 산재한 핵관련 건물들의 해체계획을 구체화하면서 더욱 촉진되었다. 이런 장소들은 한때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원자폭탄을 구상 및 제조하거나 원자폭탄을 폭발시켰던 핵심지역들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가에 영화를 안겨준 장대한 프로젝트들을 적극 기념하는 사업들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에너지부의 역사학자 F.G. 고슬링 박사는 우려한다.
"만일 에너지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들 맨해턴 프로젝트의 물리적 유산들은 조만간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맨해턴 프로젝트 보존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B원자로 보존운동은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들을 후세에 회상시키는 유적지들을 보존하려는 관심사가 그만큼 크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와 관련, 보존위원회의 존 포울러 국장은 말한다.
"핵폭탄은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게티스버그 같은 대역사적 사건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원자폭탄 제조비화’의 저자인 퓰리처상 수상작가 리처드 로즈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맨해턴 프로젝트를 30명의 과학자들이 로스 알라모스에 모여 원자폭탄을 제조한 단순 프로젝트 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원자폭탄 제조에는 연인원 15만명이 투입됐고, 아폴로 프로젝트에 비견될만한 역사적 프로젝트였다"
보존위원회는 최근 에너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맨해턴 프로젝트에 관련된 8개의 유적지를 사적지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는 B 원자로의 국립사적지 지정이 포함되어 있다.
위원회는 또, 최초의 원자폭탄 부품들이 조립된 로스 알라모스의 핵시설, 히로시마 투하 원자폭탄 제조에 사용된 우라늄 동위원소들이 생산됐던 오크리지의 건물, 그리고 1945년 7월 16일, 거대한 섬광을 내며 핵시대의 서막을 알렸던 최초의 원자폭탄 폭발실험지 뉴멕시코주 앨버쿠키 남방 트리니티 일대를 유적지 후보로 포함시켰다.
핵유적지 후보 중 대부분 지역은 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심하게 오염돼 있다.
현재로서는 나가사키 투하 원자폭탄용 플로토늄이 생산됐던 B 원자로에 대해서만 연중관광 허용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게중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관광이 허용되는 시설들도 있다. 특히, B 원자로의 실험용으로 제작된 오크리지의 X-10 그라파이트 원자로와 뉴맥시코주 트리니티 일대는 연중 한 두차례씩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오크리지도 원래는 리치랜드나 로스 알라모처럼 극비지역으로 선정, 1949년부터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오늘날 관광객들은 옛 경비초소에서 출발하는 ‘핵관광열차’를 타고 14에이커의 부지를 돌면서 과거의 핵유물을 관람한다. 그중에는 한때 루즈벨트 대통령의 시찰을 위해 설치된 관람석도 포함되어 있다.
맨해턴 프로젝트의 유물을 박물관화는 작업은 그 자체가 막대한 자원이 소요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전문가들은 B 원자로를 박물관으로 개조하는데 1억달러가 소요되고, 그밖에 핸포드 보존구역을 모두 정화하려면 향후 수십년간 수십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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