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권에 대한 인기는 바닥을 쳤는데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인기는 왜 그 모양인가?"-- 이것이 요즘 한국 정가의 화제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조사기관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마련이지만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곱지 않다는 점 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달 치룬 지방자치단체 보궐선거에서 단 한석도 건지지 못할 만큼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은 두드러졌다.
그래서 최고위원 간담회다, 의원 세미나다 하며 부산히 민심수습책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게 목하 민주당의 최근 동향이다. 대우 노동자들을 두들겨 팬 경찰의 진압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 목을 날리라는 소리도 나오고 내기 골프로 물의를 빚은 당지도부 인책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단체를 앞세운 "바람몰이식 개혁"으로 인해 국가전체가 이제 피로감에 지쳐있다는, 자못 DJ를 겨냥한 ‘용감한 반란’도 선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고얀지고"하는 냉기가 전해지자 반짝 뜨던 당내 비판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사실 지금 신나는 쪽은 야당인 한나라당이다. 보궐선거에서 압승하자 이회창총재는 "표정관리를 잘하라"고 휘하에 당부할 정도로 신바람이 나있다. 그러나 쾌재를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며 야당을 향한 민심의 얼굴이 고운 것만도 아니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반 DJ정서’ 일뿐, ‘친 이회창 정서’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가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이회창총재에 대한 지지도는 20%대 이하를 맴돌고 있다. 집권여당이 죽을 쑤고있는데도 야당총재에 대한 지지도는 왜 이 모양인가. "초록은 동색"이라고 여든 야든 정치라면 신물이 난 국민들의 혐오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 총재의 포용력 부재, 엘리트의식, 대중성 결여 등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총재 개인의 문제점들 보다는 좀 더 본원적인 이유가 당내에 도사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당인지, 아니면 시장판 조직인지 때론 분간이 안가는 일들이 당내에서 다반사로 야기돼고 있음은 이 총재 지도력에 결정적 하자를 제공하고 있다.
김영삼씨가 한나라당과 이 총재를 향해 ‘독설’을 퍼부어도 꿀먹은 벙어리로 앉아있기 일쑤다. 아니 뭐라고 한마디 건넸다가는 YS의 입 노릇을 하고있는 박 아무게 의원이 나서 자기당 총재를 ‘박살내는 판’이다.
김덕룡 박근해 이부영의원 등 자칭 ‘비주류’는 기회만 나면 헌법개정이니, 신당설이니 하고 이총재의 속을 뒤집어 놓는 ‘반란’을 계속하고 있다. 부통령제를 두자는 헌법개정 주장은 본인들의 입지와 무관하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불감청 고소원’(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바라는 바)이라고 여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는 결과가 되고만 셈이다.
이게 다 누구 책임인가. 결국 이회창총재의 지도력 부재에 기인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자기당 총재를 욕해대는 YS대변인을 그대로두고, 비협조적인 부총재들을 거느린 채 무슨 대권 경쟁에 나설 것인가. 갈라 서든가, 아니면 확실하게 내편을 만들든가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당 하나 추스리지 못하면서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런 속사정을 잘 꿰뚫고 있다. 한 목소리를 내도 2002년 대선은 이 총재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 3김의 ‘반 이회창 연대’ 가능성이 높고, 50대의 만만치 않은 도전자들이 ‘한국판 토니 블레어’를 내걸고 신발 끈을 조이고 있음을 이 총재는 직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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