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HBO 케이블 시리즈 ‘소프라노 (The Sopranos)’가 지난 5월20일 시즌 피날레를 가졌다.
뉴욕타임즈가 ‘지난 25년중 미국대중문화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선언한 이 시리즈는 다음 4번째 시즌을 보려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1천만명의 시청가들 가운데 소위 ‘소프라노 금단증상(Soprano withdrawl)’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첫 시즌을 담은 DVD와 비디오가 벌써 50만장이 판매됐다.
우울증을 앓는 뉴저지 마피아의 대부 토니 소프라노가 정신내과의로부터 상담치료를 받는 스토리에서 시작된 시리즈의 인기는 마피아 드라마의 액션, 극적인 스토리 전개, 재치있는 극본, 깊이있는 인물전개, 수준급인 앙상블 연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냉혈적인 마피아 두목 토니 소프라노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손가락 제스처 하나로 누구든지 제거할 수 있는 마피아 대부도 흔들리는 가정과 두 10대 자녀의 문제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이라 자녀를 기르는 부모는 누구나 공감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피아 가족내의 폭력적인 파워 쟁탈전이 시리즈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거의 매 에피소드마다 반항적인 두 자녀의 새로운 말썽이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이유는 주인공 토니 소프라노 가족의 평범한 생활상이 시리즈를 전개하는 또 하나의 소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피아 보스인 동시에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토니 소프라노는 직업만 빼고는 자녀들을 둔 보통 중산층 가정의 베이비부머 세대 아버지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횡령과 살인장면만 제외하면 시리즈는 어느 학부모에게나 친밀한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마피아 파워를 장악하기 위해 자기를 제거하려는 삼촌과 겨루는 동안 토니 소프라노와 아내 카멜은 고등학생 딸의 합창단 행사와 축구경기에서 응원하랴, 아들의 주의력결핍증(ADD)에 대한 책 읽으랴, 아들과 비디오게임 하랴, 딸과 동부 명문대학 투어 다니랴, 회유와 협박의 배합으로 대학 추천서를 받아내랴, 자녀에게 아빠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랴, 마피아 활동 못지 않게 부모 노릇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생계에 대해 털어놓고 딸이 마약 사용을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자녀와 가까웠던 사이지만 올해 시즌에서 딸이 타인종 남자친구를 사귀고 아들이 천주교 학교에서 커닝을 했다가 퇴학되면서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채 시즌 막을 내리게 된다.
비록 마피아는 아니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왜 소프라노가 우울증으로 정신내과의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가정 밖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없지만 가정안에서는 자녀들을 놓고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주인공을 보면서 아이들 과외활동에서부터 대학 학자금마련까지 부모 노릇에 지친 많은 시청객들이 어느 정도 위로를 받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는 특히 30대이상의 남성들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프란시스 코폴라의 명작 ‘대부(The Godfather)’나 마틴 스콜세지의 ‘굿펠라(The Goodfellas)’ 등 전통적인 마피아 드라마에서 사춘기 가정의 딜레마가 핵심이라는 것만도 오늘날 미국 사회문화에서 자녀교육과 가족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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