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129년 만에 처음 히스패닉 시장이 탄생할지 관심을 모았던 시장선거는 결국 제임스 한 LA시 검사장의 승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예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1등을 차지, 라티노 커뮤니티를 흥분시켰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7%의 벽을 끝내 뒤집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이슈보다 과연 미국 제2의 도시에서 라틴계가 시장이 될 수 있느냐가 더 관심거리였다. 비록 당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스트 LA 출신의 라티노가 근소한 접전을 벌였다는 사실은 LA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시장 다음으로 LA시 최고위직인 시 검사장 선거에서 같은 라티노로 비야라이고사와 함께 이스트 LA 출신인 라키 델가디요가 당선됐다는 사실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
제임스 한 당선자는 LA의 어떤 정치인보다 한인사회와 가까운 인물이다. 올림픽가에 ‘코리아타운’ 사인판을 내거는데 앞장선 부친 케네스 한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때부터 한인 사회와 인연을 맺은 한 당선자는 그 동안 거의 매년 코리안 퍼레이드에 참가할 정도로 한인타운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그는 시 검찰에 한인 검사를 등용하고 한인들을 위한 범죄 피해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한인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힘써왔다. 이번 유세기간에도 한인타운을 여러 번 방문, 당선되면 한인을 부시장에 앉히겠다는 파격적인 공약까지 내놨다.
한인사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고 약속한 후보는 한 당선자만이 아니다. 가장 스몰 비즈니스에 우호적인 정치인의 하나인 델가디요 시 검사장 당선자도 한인 검사 중용은 물론 한인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우리는 이들 후보가 취임 후 한인사회와의 약속을 얼마나 지켜나가는지 두고 볼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한 당선자가 리버럴 성향의 민주당원이란 점이다. 한 당선자는 전임자인 공화당의 리오단에 비해 소수계와 이민자, 빈민등 약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산층 자영업자가 많은 한인사회로서는 이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인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인업주와 종업원간의 노사분규나 한흑 갈등이 재연될 경우 노조와 흑인사회의 지지를 받은 한 당선자가 공정하게 문제를 처리할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이번 선거만큼 시장과 검사장 후보들이 한인타운을 자주 찾은 적도 드문 것 같다. 그만큼 LA시에서 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나타난 한인 유권자의 모습이 과연 이같은 기대에 상응하는지는 의문이다. 선거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투표율 자체가 낮은 데다가 투표하는 사람도 대부분 노인들로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지방 정부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자영 비즈니스 종사자가 많은 한인 사회로 볼 때는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어떤 인물이 시장이 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시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시헌장 개정 후 첫번째로 신임 시장은 실세를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를 지지한 한인들의 면면도 문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두 후보의 정책이나 한인 커뮤니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지지를 결정했다기보다 개인의 이권을 노린 듯한 인물들이 눈에 띈다. 또 지난번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양 팀이 시장 선거에서도 양쪽으로 갈려 한인회장 선거의 재판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 것은 유감이다.
어쨌든 간 LA는 새 천년을 맞아 미국 제2의 대도시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했다. 유세기간 두 후보 모두 강조한 것처럼 LA는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도시다. 여러 인종이 협력할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면 언제나 인종분규가 터질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 다인종 사회의 단점이다. 한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가 LA를 다인종이 화합해 사는 21세기의 모델 도시로 이끌어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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