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참으로 좋아한다. 낙천적이기를 바라는 평소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 여행의 계절이 되었다. 여행에 무슨 계절이 따로 있으랴만 밖에서 사는 사람들의 낭만이 이때처럼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봄철의 숲속에서 솟아나는 힘, 그것은 인간의 선과 악을 말한 어떤 현자보다 많은 것을 가르친다”는 워즈워즈의 시상이 한없이 그립다. 그래서 이때가 되면 그 기분에 들떠있기 마련이다.
여행은 사람이 사는 다른 문명과의 만남이다. 여행은 또한 천혜의 자연속에 흠뻑 젖어보는 낭만이다. 나는 이 둘의 경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밖의 것들을 통해 나의 좁디 좁은 마음, 설익은 정신 그리고 육신의 힘을 재충전하는 계기로 삼는다. 개미 쳇바퀴 돌듯 멋대가리 없는 삶 속에서 탈출해 보려는 기회로 삼은지 꽤나 오래 되었다.
옛부터 사람은 한곳에만 갇혀 살면 정신이 썩는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단조로운 생활의 리듬에 그 뭣인가 변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변함에는 변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기에 여행을 자주 떠난다.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노력과 방법이 어찌 한 둘일까 마는 나는 여행이라는 채찍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여행은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마음이 풍요로우면 얼굴이 밝아지게 마련이다. 굳어있는 얼굴에 웃음을, 빈틈없는 탐욕의 보따리에 여유의 공간을, 그리고 정서라는 이름의 부드러움을 여행길에서 터득하기 마련이다.
여행에는 돈이 든다. 그것은 때로 큰 부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나는 여행비용을 건강관리비라 스스로 위로한다. 내가 나를 잊을 정도로 불속에 있을 때, 마음의 밸런스가 잡히지 않을 때, 권태로울 때, 그리고 이들로 말미암아 자칫 병상에 눕기 직전 나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여로에 오른다. 고독과 고립 속에서 오히려 풍화하지 않으려는 안달, 그런 것 말이다.
어느 때 부터인가 꽤나 오래 전부터 우리의 주변으로부터 인생의 허무를 탄식하는 슬픈 하소연들이 자주 들려왔다. “이제 겨우 여유를 찾으려 할 때 몹쓸 것이 들이닥친다”는 탄식이었다.
이민길 고생의 길을 같이 가던 그들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 여행길을 떠나자 권하면 시간을 핑계삼던 그들이었다. 그 충격들이 나로 하여금 백로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나르는지 모른다. 돈, 돈 하는 세상에 살면 돈, 돈 하기 마련이다. ‘버는 재미 쓰는 재미’ 미국사람들은 이쪽이라면 우리는 ‘버는 재미 모으는 재미’ 쪽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란 밥만 먹고는 못산다.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 천당을 간다 말하지 않는가. 여행길에서 느껴보는 포근함 속에 선과 악, 그리고 죄와 벌의 구별이 따로 있을 것 같지 않다.
사랑을 나누며 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상 천국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뿐이랴, 이 세상에 천국을 심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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