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텍사스 윈필드의 시골파출소 소장 톰 그리피스는 점심을 먹기위해 타운에 하나밖에 없는 간이식당에 들어섰다. 그는 이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자신의 약혼녀 테리 티스워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얼마전 인근의 캠프 카운티 셰리프요원으로 임명된 윌리엄 핸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약혼녀 티스워스가 안색이 변하면서 황급히 카운터 뒤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피스가 다가갔을 때, 티스워스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맙소사, 그가 다시 돌아오다니!"라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티스워스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그리피스에게 털어놓았다.
8년전, 당시 17세의 티스워스는 텍사스의 광산촌 마운트 버논에 거주하고 있었다. 하루는 이곳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핸슨 경관이 티스워스의 차를 견인하여 경찰서로 데려갔다. 핸슨은 경찰서의 어두운 방에서 티스워스를 수차례 강간했다.
이 소식에 접한 그리피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즉시 장차 자신의 아내가 될 여인을 강간한 혐의를 받은 핸슨 경관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8개월 동안, 다른 7명의 여인들도 과거 10년간 핸슨에게 성적 공격을 받은 사실을 고발했다. 그중에는 한 경찰관의 부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 핸슨은 이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헨슨은 고발자들의 숫자가 증가하자,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여성들이 먼저 자신에게 성행위를 제의했고, 자신은 그에 응했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그리피스는 핸슨이 경찰관이라는 자신의 권위와 직권을 남용, 여성들을 농락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경찰 역사상 타락한 경관들은 극소수일지언정 어느 때나 존재했었다. 특히, 잘 조직화되고 내부 감시체제를 갖춘 큰 규모의 경찰서에서도 부패, 마약거래, 가혹행위 같은 경찰범죄가 불거지곤 했다.
경찰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어제 오늘의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자료는 전무한 실태다. 고무적인 현상은 최근들어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진실을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이나 시카고, LA 같은 대도시의 경찰당국은 내부에 사정기관을 두고, 조직내 부패경찰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 64만명의 경찰 및 셰리프요원등은 소규모, 또는 중간 사이즈 경찰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교외 또는 시골경찰서들에는 산하 경찰들의 비행을 조사할만한 자체인력이 없다.
"경찰조직은 문제가 터지면 내부적으로 봉합하는데 급급하다. 특히, 경찰 성폭력 사건같은 것은 조사를 아예 안하거나, 하드라도 시늉만 하고 덮어 버리곤 한다"
전 오리건주 포틀랜드 경찰국장 페니 헤링턴은 폭로한다.
톰 그리피스는 자신에게 나쁜 경찰을 정의의 심판대에 올려놓을 사명이 있다고 생각했다. 침례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누구못지 않게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폭력 사건은 수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모든 것을 가해자와 피해자 두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피스는 티스워스와 결혼한 후부터 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신의 아내가 된 티스워스부터 다시 조사했다.
1991년 7월, 티스워스는 핸슨 경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250마일 떨어진 오클라호마 시티로 이사갔다. 그로부터 2년간 티스워스는 정신적으로 방황했다. 사실을 폭로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핸슨의 협박 때문에 고소할 엄두도 못냈다.
티스워스는 2년후 원필드로 되돌아왔다.
이때, 티스워스는 친구인 숀다 앨런에게 비밀보장을 조건으로 핸슨에게 당한 사실을 털어 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앨런이 자신도 핸슨에게 당했다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앨런은 고등학교 졸업 2주일 전, 핸슨에게 신호등 위반혐의로 적발된 후, 티스워스처럼 경찰서로 끌려가서 오럴섹스를 강요당했다.
그리피스는 아내 티스워스와 앨런의 증언을 청취한 후, 핸슨이 근무하던 셰리프국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아벨 셰퍼드 셰리프 국장은 핸슨을 일시 정직시키고,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사건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레인저스는 사건이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해 버렸다.
사건이 풀리지 않자 티스워스와 앨런은 연방법원에 핸슨을 고소했다. 그와 동시에, 그리피쓰는 그간의 수사경위를 지역신문에 상세하게 알렸다. 이 사건은 삽시간에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기사가 나간지 얼마 후, 두 명의 다른 여성들이 자신들도 핸슨에게 당한 피해자라고 증언했다.
핸슨은 마침내 형사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핸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다. 이에, 원고측은 다시 민사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고발자의 숫자가 늘어가자, 핸슨은 변호사를 통해 피해여성들에게 35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리피스는 사건이 종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건해결 과정에서 경찰조직내 그 어느 누구도 정의를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핸슨은 경찰에서 쫓겨난 후 조경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경찰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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