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식당은 점잖은 손님은 모시고 갈 데가 못된다. 타운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중 하나다. 얼마 전 그걸 또 깜빡 했다.
점심 때 부회를 하면서 장소를 신장개업 식당으로 잡았다. 들어서는 순간 아차 했지만, 어떡하나, 이미 발을 들여 놓은 걸-. 손님이 좀 많다 싶긴 했으나 실내 분위기는 한 마디로 우왕좌왕이다. 물이나 밑반찬을 테이블 한 쪽에 팽개치듯 내려 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척척 패스하지만, 이 정도 도움으로는 거의 뜀박질 수준인 종업원들의 종종 걸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 밥 나르는 사람이 뛰니 앉아 있는 사람도 덩달아 불안하다.
시킨 것이 제 때 나오지 않아 불평하는 사람, 무슨 일인가로 카운터에 가서 항의하는 사람, 신경질 내며 메뉴를 바꾸는 사람, ‘이런 때는 팁을 놓지 말아야 해, 아니야, 1센트만 놓고 가자’는 사람(사실 종업원이 무슨 죄가 있나)….
이런 신장개업을 다녀오면 점심을 어디로 먹었는지 정신이 없다. 신기한 것은 타운 신장개업에서는 이같은 일이 거의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소에 따라 정도 차는 있으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남의 실수가 나의 교훈이 되지 않은 경우다.
맛이라도 월등하면 모를까 이런 일을 겪고 나면 그 집에 다시 가자는 말이 나오기 어렵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이뤄진 성급한 개업은 몇 달 후 다시‘축 개업’꽃이 들어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준비부족이 어찌 식당개업 때 뿐이겠는가. 예컨대 결혼-. 덜렁 준비없는 결혼을 했다가 상처만 깊은 커플이 한 둘이 아니다. 결혼을 두 문화권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있다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표면상 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나 서로 다른 두 생활습관이 동거를 선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심하면 칫솔에 치약 짜는 법에서부터 감정표현 방식등 사소한 일로도 충돌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분방한 젊은 층에서는 미리 1~2년 살아보고 결혼은 나중에 하는 걸로 결혼연습을 하려 하고, 사회교육기관에서는 결혼교실을 열어 결혼준비를 시키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준비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얼마 전 합병이 무산된 타운의 두 은행이다. 두 은행의 합병은 파장이 은행권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은행가 안팎의 관심이 컸었다.
합병으로 자산규모가 커지면 담보 없이 기업전망이나 크레딧을 보고도 대출해 주는 기업금융이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고 은행가 밖에서는 기대를 걸었고, 자칫 제2·3의 합병이 촉발될 수 있다며 은행권 안에서는 바짝 긴장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미처 합병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준비 없이 시도돼 싱겁게 무산됐다. 은행합병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긴 하나 일부 합병 당사자들도 인정한 대로 ‘졸속’이 이번 합병무산의 숨은 이유였다고도 할 수 있다.
타운의 한 식당은 새 가게를 낼 때면 개업준비가 완료된 뒤에도 며칠 동안은 초청장을 보낸 손님만 받는다고 한다. 주방과 홀의 돌아가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실전경험을 쌓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식당이 주류사회에서도 성공한 식당이 되고, 좀 비싸긴 하나 외국인이나 점잖은 손님을 모시고 가도 실수하지 않는 식당으로 신뢰를 받기까지는 이런 철저한 준비가 밑받침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sanghah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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