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워싱턴 테러후 각 스테디엄 대책마련 부심
지난 9월 11일 뉴욕 맨해턴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소재 펜타건이 공중납치 당한 상업용 여객기들에 의해 붕괴되는 사상최악의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추가적인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군중이 한자리에 운집하는 스포츠 경기장들은 대규모 테러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1월 3일에 열리는 전미대학풋볼리그 챔피언전 로즈보울 관계자들은 요즘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관계자들은 스테디엄 입구에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하는 공항스타일의 경비체계를 구상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엄격한 보안시스템 도입이 민권자유의 제약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스포츠 및 보안관계자들은 안전도 향상과 민권 자유의 보장 사이의 적절한 균형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뉴욕과 워싱턴 테러사건 이후, 사실상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가 전반적인 안전조치 강화대책을 마련중이다. 나아가서, 대형 비즈니스나 사람들이 운집하는 공공장소들도 한결같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찍이 1977년에 개봉된 영화 ‘블랙 선데이’는 한 테러범이 스테디엄 상공에 떠있는 비행선을 활용, 수퍼보울이 진행되던 경기장을 폭파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또, 소설가 톰 클랜시의 1991년작 ‘모든 공포의 총합’이라는 소설은 테러범들이 핵무기로 수퍼보울 경기장을 초토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전에는 이같은 영화나 소설이 황당한 픽션쯤으로 치부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테러리스트들이 상업용 여객기를 공중납치하여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파괴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각 구장마다 상상가능한 모든 테러공격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일이 현실적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며칠 전 샌디에고 소재 퀄컴 스테디엄의 빌 윌슨 매니저는 황급히 경찰간부들, 파드레스팀 관계자들, 그리고 사설보안담당 회사들의 중역들을 불러 보안관련 회의를 가졌다. 윌슨은 구장에 경찰인력 증강, 보안경비인력 보완 그리고 금속탐지기 및 감시카메라 설치 등을 고려중이다.
최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도 관중들의 경기장 입장이 15분이나 지연되었다. 이날 구장측은 구장내에 반입되는 모든 배달물 및 우편물을 일일이 점검하고, 구내를 구석구석 철저히 검색했다.
유명연예인들의 공연장에서도 전례없이 검색이 강화되고 있다.
가수 마돈나는 뉴욕 테러공격 때문에 취소했던 콘서트를 일정을 변경, 다시 개최했다. 공연은 매진사태를 기록했으나, 관중들은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경비인력들로부터 철저한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와 관련, 스테이플스 센터 고객담당 부사장 브렌다 티넨은 예측한다.
"앞으로 우리 구장 입장문에도 공항스타일의 보안검색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불행히도 향후 엄격한 보안검색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예전에도 수많은 관중들이 운집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보안관련 사고가 발생한 적이 종종 있었다.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이 벌어지던 뉴욕 셰이 스테디엄에서는 출세를 바라던 배우지망생이 낙하산을 타고 경기장에 착륙했다. 또, 1993년 이벤더 홀리필드와 리딕 보우간의 헤비급 챔피언전이 벌어지던 라스베가스 경기장에도 한 남자가 낙하산을 타고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1996년 윔블던대회 때는 남자결승전 직전, 앞치마 한 장만 아슬아슬하게 걸친 여성이 경기장에 난입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그저 해외토픽 정도로 간주되었다.
이에 비해, 한층 심각한 스포츠 테러사건도 몇 번 발생했다.
1993년에는 스테피 그라프선수를 흠모하던 한 독일인 정신이상자가 칼을 들고 경기장에 침입, 그라프와 경기를 벌이던 당시 세계여자테니스 랭킹 1위 모니카 셀레스를 등뒤에서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1996년에는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장에서 폭발불이 터져, 한 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당한 사고도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테러사건은 1972년 뮌헨올림픽때 벌어진 검은구월단 사건이었다.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은 이스라엘 선수 및 임원 11명을 납치, 독일공항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전원사살하는 충격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내년초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는 기존의 2억달러 예산의 보안플랜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특히, 대회도중 테러범들이 상업용 비행기를 납치, 경기장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일본과 함께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한국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0개 도시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대회조직위측은 또, 대회기간중 테러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만큼, 기존의 모든 안전관련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정초에 열릴 대학풋볼리그 로즈보울 때도 비행금지구역이 선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는 전적으로 FAA, 즉 연방항공국의 결정에 달린 문제다. 이와 관련, FAA는 상업용 비행과 항공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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