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생활 43일에 전쟁기간 2주.
9월19일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기지를 출항한 후 항공모함 디어도어 루즈벨트호에 승선하고 있는 해군 및 해병 대원들은 지난 주말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평상시 같으면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위해 이륙하는 각종 전폭기들의 굉음으로 가득했을 항공모함의 갑판은 넓이 4.5에이커의 거대한 운동장으로 변했다.
한 쪽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농구, 배구등 운동경기가 열을 뿜었다. 그런가하면 복싱과 가라데 실력을 선보이는 링도 설치됐다. 또 흥겨운 음악을 선사하는 라이브 밴드의 무대가 세워졌고 격납고 난간에서는 따뜻한 아라비아해를 향해 뛰어드는 수병들의 멋진 다이빙 시합이 전개됐다.
"지난 몇 주 동안 폭격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비행을 했다. 모처럼 잠도 마음대로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니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햇볕 속에서 이렇게 의자에 앉아 초컬릿칩 쿠키를 먹고 다이어트 코크를 마시는 것이다"
매서추세츠주 샤론 출신의 F-14 톰캣 전투기 조종사 ‘양크’ 중위는 말한다.
군보안상 항공모함에 승선하고 있는 모든 장병들은 성은 밝히지 않고 이름만 얘기하도록 돼 있다.
쉬는 날엔 군복 대신 민간복장을 할 수 있다는 지휘관의 허락에 따라 남자들은 알록달록한 색상의 하와이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여군들은 티셔츠에 진바지 차림으로 모처럼의 휴식을 즐겼다.
분위기는 해변 카니벌 같았지만 주위에는 핫도그 스탠드 아닌 제트 전폭기들과 개당 2,000파운드나 나가는 폭탄들이 줄지어 있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사복을 입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군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사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하이오주 톨리도 출신인 여군 멜리사의 말이다.
해군 밴드에서 록음악을 연주하던 항공전자 통제병 브라이언은 "선내에서만 근무하다가 오늘 40일만에 처음으로 해를 보았다"고 기뻐했다.
중동의 햇살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은 F-18 호넷 전투기 날개 밑에서 구운 닭고기와 스테이크를 포식했다. 이날 디오도어 루즈벨트호에서 소비된 음식만 해도 햄버거 4,000개를 비롯, 핫도그 9,000개, 스테이크 1,645파운드, 콜라등 각종 캔음료 1만200개 등 어마어마하다. 이 항공모함에 승선하고 있는 5,000명의 장병들이 먹어치운 것이다.
갑판 한 귀퉁이에서는 뉴올리언스에서 온 수병 노라가 미니 야드 세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팔고 있던 것은 ‘VF-102 다이아몬드백’ 편대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였다. 이 편대는 항공모함에 적재된 유일한 F-14 톰캣 편대로 이 전투기는 곧 퇴역할 예정이다.
이날의 가장 인기 행사는 ‘수영 점호’였다.
높이 32피트의 격납고 갑판에는 아라비아해로 다이빙하기 위해 수백 명이 길게 줄을 섰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비행 갑판에 운집, 멋진 다이빙을 하는 사람에게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겁이 나서 뒤돌아서는 사람에게는 장난스런 야유를 보냈다.
구조 잠수부들은 안전사고에 대비, 물 속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명사수들은 갑판에서 소총으로 무장, 상어 출현에 대비했다.
오랜만의 휴식이었지만 모든 사람이 파티분위기에 젖어 있지는 않았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는 출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F-14 조종사 트레버 중위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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