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나 말거나….’
프리에이전트(FA) 박찬호(28)를 향한 LA 다저스의 반응이 냉랭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명색이 FA마켓에 나와있는 넘버 1 투수고 지난 6년 넘게 팀에서 뛴 선수인데 지난 5일 FA를 신청한 이후 19일까지 보름간의 자기 팀 출신 FA 우선협상기간동안 박찬호측에 인사치레용 전화 한 통도 없었다.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19일자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다저스 제너럴 매니저(GM) 댄 에반스에 전화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전화를 받고도 (답이 없는 것은)…, 도대체 모르겠다"고 말꼬리를 흐려 다저스의 철저한 무반응에 기분상한 듯한 모습까지 드러냈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협상의 귀재 보라스가 이처럼 답답해하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로 박찬호에 대한 다저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에반스는 박찬호 미래에 관한 LA타임스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한 채 팀 대변인을 통해 ‘노 코멘트’ 의사만 밝혀 최소한 박찬호에 관한 한 철저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찬호는 20일부터 메이저리그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완전 자유의 몸이 됐지만 현재까지 다저스는 박찬호와 재계약 포기를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떠난 사람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찬호같은 일급 선수가 FA가 되면 떠나가는 것이 확실하더라도 일단은 원 소속팀이 우선협상기간동안 붙잡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 보통. 하지만 다저스는 전혀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박찬호와 보라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아무리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더라도 원 소속팀이 재계약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몸값 올리기가 쉽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 더욱이 그동안 언급된 박찬호 영입후보들이 하나같이 재정사정이 어렵다며 꼬리부터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가 이처럼 박찬호 보기를 소 닭 보듯 한다면 추후 FA협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불 보듯 뻔하다.
어쩌면 다저스는 FA시장에서 박찬호의 몸값을 대폭 깎아내려 나중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 박찬호쪽이 먼저 고개숙이고 재계약을 요청해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미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메츠 등이 이런 저런 이유로 박찬호 영입에 난색을 표한 상황에서 박찬호의 선택여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 최악의 경우 박찬호는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헐값(?)에 계약하거나 아니면 1년 계약을 한 뒤 내년 시즌후 다시 FA로 나서는 것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다저스는 내부적으로 박찬호와 평균연봉 1,400만달러에도 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테리 아담스와 재계약도 포기한 채 일단 제임스 볼드윈과의 재계약 가능성만 열어놓고 있다. 다른 팀들도 일단은 FA 박찬호 연봉협상이 평균 1,500만달러선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그 금액은 어렵다고 결정한 듯 하다.
물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포팅뉴스는 올해 FA투수중 박찬호와 제이슨 슈미트를 일급으로 꼽으며 과거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들 중 하나는 상당한 연봉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찬호 영입후보인 레드삭스와 레인저스를 거론하며 관심은 있지만 모두 박찬호가 원하는 수준의 돈을 쓸 생각을 없다고 덧붙여 어느 눈 먼 팀이 큰 돈을 쓴다면 행운의 주인공은 박찬호가 아니라 슈미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시사했다. 화끈한 대박을 기대하며 자유의 몸이 됐는데 박찬호의 겨울은 썰렁하고 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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