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하게 생긴 백인 분장사는 김윤진의 얼굴 화장을 손보고, 농구선수처럼 생긴 흑인 사운드 기사는 헤드폰을 끼고 기기를 점검한다. 중국인 촬영감독은 줄자로 표시해가며 카메라 위치를 잡는다. 수염이 덥수룩한 50대의 백인 촬영 조감독은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감독하며 시간을 재촉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한국인 감독은 팔짱을 낀 채 “액션!”과 “컷!” 사인을 외치기만 하면 된다. 다인종, 다국적 촬영장이 한국인 감독의 한 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이언 팜’(시네와이즈, 육상효 감독)의 미국 LA 촬영 현장이다.
다인종 다국적 스태프
지난 달 초 시작해 이 달 말 촬영을 종료할 ‘아이언 팜’은 LA올 로케이션으로 만들어질 영화다. 그러나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간 사람은 극소수다. 육상효 감독과 주연배우 차인표, 김윤진, 박광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제작진이 미국인이다. 인종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스태프와 배우가 LA에 살고 있는 현지인이다.
이 같은 제작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육상효 감독이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한 덕분. 남가주대학(USC)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한 육 감독은 자연스럽게 할리우드의 제작 방식을 습득했고, 현지인들과의 작업에도 도전하게 됐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스태프 중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작업한 촬영감독과 로버트알트만 감독의 수제자로 불리는 편집감독도 있다.
그래도 경제적인 제작비
할리우드의 고급 스태프와 배우를 기용했지만 제작비는 20억 원이면 족하다. 20억 원은 요즘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 LA까지 날아갔는데 그 정도밖에 안 들까 싶지만 제작진의 다수를 차지하는 스태프의 체재비와 장비 운송비등이 거의 안 드는 덕택이다.
정확한 계산대로 움직이는 할리우드 스태프에게 제작사에서 순수한 호의로 회식을 마련해주고 싶더라도 별도의 수당 지급이 필요하다. 미국인 기준으로 따지면 시간외 근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식비도 필요없다.
김윤진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촬영할때보다 좋은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차인표, 밥사장(?)의 달인
’아이언 팜’은 할리우드 현지인을 고용한 LA 올 로케라는 점 외에도 대사의 80%가 영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에 살고 있어 미국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육 감독은 아예 시나리오를 영어로 썼다. 덕분에 국내 개봉 때는 자막 처리를 해야 되는 애로 사항이 따르지만 해외시장 진출에는 유리하다.
’아이언 팜’은 자신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 애인을 찾아 나선 한남자의 좌충우돌 미국 체험기다. 차인표가 타이틀 롤 ‘아이언 팜’을 맡았으며, 김윤진이 그를 버린 ‘지니’를 연기한다.
아이언 팜은 차인표의 영어 이름인 동시에 뜨거운 물체 안에 손을 넣으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무공 방식인 철사장을 뜻한다. 차인표가 손을 단련하는 뜨거운 물체는 쇠가 아니다. 우습게도 전기 밥통 속의 뜨거운 밥이다.
김윤진, 섹시한 실제 인물
’아이언 팜’의 신선함은 김윤진의 캐릭터에서 극대화된다. 김윤진이 맡은 지니는 동시에 두 남자와 자유분방한 연애를 하는 여자. 두 남자를 하루씩 번갈아가며 침실로 불러들이며 애간장을 닳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육 감독의 앞 집에 살았던 여자 유학생의 이야기이다.
김윤진은 바에서 일하는 지니 역을 맡아 속이 훤히 비치는 망사 옷을 입고 칵테일 쇼를 하는 등 ‘쉬리’나 ‘단적비연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섹시하고 여성적인 매력을 한껏 과시한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한 ‘아이언 팜’은 내년 4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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