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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플라톤의 ‘국가론’은 정치 철학서 중 으뜸으로 꼽힌다. 그러면서도 딱딱한 학술 서적식 문체가 아니라 부드러운 대화체로 진행된다. 그 유려한 문장은 문학적으로도 그리스 산문의 절정으로 평가된다.
이 ‘국가론’에는 ‘동굴의 우화’를 비롯, 수많은 우화와 전설이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가이지스의 반지’라는 것이다. 가난한 목동이 산 속에서 우연히 반지를 발견한다. 그러나 이 반지는 보통 반지가 아니다. 손가락에 낀 후 한 쪽으로 돌리면 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의 반지다.
이처럼 엄청난 보물을 얻은 목동이 제일 처음 저지르는 행위는 불우 이웃을 돕는 선행이 아니라 왕궁으로 잠입해 왕을 죽이고 왕비를 범한 후 스스로 왕이 되는 범죄다. 플라톤의 우화는 쓰여진 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에 관한 통찰로 생각하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플라톤보다 더 유명한 반지가 있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3부작에 등장하는 반지가 그것이다. 옥스퍼드 대 교수였던 톨킨이 제2차 대전 중 런던이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는 와중에서 쓴 이 책은 출판 된 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80쇄를 넘기며 공전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팬터지 소설의 최고봉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에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미들어스’(Middle Earth)를 무대로 인간과 비슷하면서 작고 통통한 호빗, 난쟁이, 엘프, 트롤, 마술사 등등 서구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출연한다. ‘반지의 제왕’은 그 서곡에 해당하는 ‘호빗’까지 합치면 총 4권 1,8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한번 그 마력에 빨려 들면 다 읽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인정받는 것은 단지 내용이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이라는 오래된 문학적 주제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3부작 중 첫 편의 줄거리는 이렇다. 끼면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법의 반지를 우연히 발견한 주인공 빌보 배긴스는 자신이 이 반지의 마력에 점점 빠져드는 것을 깨닫고 이를 조카인 프로도에게 물려 준 후 사라진다.
프로도는 가공할 힘을 가진 이 반지를 영원히 없애지 않으면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마법사 갠달프의 경고를 받고 길을 나서자마자 악의 세력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다. 프로도는 극적으로 이들의 추격을 피해 나가는데...
이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만들어져 19일 개봉됐다. 원작에 충실하면서 영화로서의 재미도 함께 갖췄다는 평이 쏟아지고 있으며 영국 일간지 선은 100년이 넘는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10개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주말 ‘반지의 제왕’을 보며 인간과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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