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화(42·주부)씨는 마법의 손을 가졌다. 보잘 것 없던 폐품도 그녀의 손이 뚝딱하고 닿으면 어느 틈엔가 멋진 생활 소품과 장식품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휑하기만 하던 흰 벽은 그녀가 직접 만든 벽걸이, 액자들이 하나 둘 걸리면서 화사해지고 왠지 심심하던 모서리는 개성 있는 표정을 갖게 됐다. 현관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화환이 걸려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긴다.
남들은 큰돈 들여가며 인테리어 전문 샵을 뒤진대도 구하기 힘든 생활 소품들을 그녀는 돈 한푼들이지 않고 만들어낸다. 하이킹 갔다가 주워 온 나뭇잎, 솔방울, 도토리 깍정이, 깨진 접시와 타일 조각, 이제는 작아 못 입게 된 아이들 옷, 화장품과 와인 빈 병,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단추도 그녀에게는 모두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귀한 소재들이다.
남편이 생일날 안겨줬던 장미꽃이 시들어도 그녀는 버리는 법이 없다. 예쁘게 말린꽃과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만든 벽걸이를 보는 남편 이현수씨는 팔불출인줄 알면서도 아내의 솜씨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녀는 가끔 작품의 소재를 쇼핑하러 99센트 스토어를 찾기도 한다. 99전 짜리 싸구려 액자도 안의 내용물을 바꾸고 색깔을 다시 칠하면 멋진 액자로 다시 태어난다.
주방 벽걸이가 하도 독특하고 예뻐, 이건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거냐 물어봤다가 명란 젖 박스라는 답을 듣고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다. 명란 젖 박스를 편편히 편 데다가 솔방울과 나뭇잎, 말린 꽃잎을 붙인 후 붓으로 그림도 조금 그려 넣고 시 구절을 적어 벽걸이를 만들었다. 이 액자를 걸어두고 부터 폴폴 풍기는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참 좋다. 학교 졸업한 이후 읽을 일없던 시 구절을 설거지 할 때마다 되내이며 꿈 많던 여고시절의 감성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인 걸까. "당신 요즘 앳되 보이는데." 하는 남편의 칭찬을 자주 듣게 되는 건.
오늘은 곰 인형 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의 헌 셔츠를 곰 인형 패턴대로 잘라 솜을 집어넣고 눈과 입은 한 땀씩 수를 놓았다. 모아두었던 단추를 달아 코를 만든다. 바구니에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을 차례로 넣었더니 곰 가족들이 제법 사랑스럽고 귀엽다.
한번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온전히 몰입, 시간의 흐름도 잊는 그녀가 주말 오후,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두 아들, 석이와 필이도 옆에서 오물딱 조물딱 뭔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부모가 하는 걸 따라 하기 마련인 아이들, 시키지 않아도 뭔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두 아들은 이담에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지닌 아티스트로 클 것 같다.
정성껏 만든 생활 소품은 선물로도 그만. 받는 이들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며 그녀도 참 행복하다. 마음과 정성이 가득한 그녀의 분신들이 받는 사람들의 생활에 작은 기쁨을 줄 수 있기를.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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