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2주째에 들어선 김희진(34·서울 거주)씨는 지난달 말 둘째 애를 낳기 위해 LA로 왔다. 남편의 유학시절 미국에서 첫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둘째도 미국에서 낳겠다고 결정한 김씨는 출산을 4개월 앞두고 LA에 있는 친구와 함께 원정출산 준비를 했다. 미국생활 경험이 있는지라 출산 전 체류할 아파트를 단기간 임대했고 출산과 더불어 산후조리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예약도 끝냈다. 석달 이상을 떨어져 지내야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태어나는 아기가 미국 시민권을 받으면 유학비용도 절감되고 병역문제도 해결된다는 희망에 2살 짜리 아들 손을 잡고 무거운 몸을 이끈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국서 온 산모 월 20여명 분만
한국선 아예 전문여행사까지
최근 LA한인타운으로 본국에서 출산원정을 오는 여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9·11 테러 후유증이 잠잠해지면서 태중의 자녀 시민권 획득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예비엄마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타운내 산부인과들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에서 원정출산온 산모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다수 한인들이 이용하는 분만 병원 4곳의 통계만 합하더라도 월 20명을 넘어서고 있다.
매년 LA카운티에서 출생하는 한인 신생아수가 2,000명 내외인 것을 감안할 때 10%에 해당하는 신생아가 한국에서 원정출산온 산모들에게서 태어난 셈이다.
하나병원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국외에서 원정출산오는 산모들이 매월 15명 전후라고 전했고 한 달 전 산부인과를 개원한 한국병원에도 지난주 벌써 원정출산온 산모가 무사히 분만을 했을 정도다.
이로 인해 1~2년새 개원한 산후조리원들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5개월 전부터 원정출산을 준비하는 예비부모들로 인해 산후조리원마다 예약이 꽉찬 상태이며 원정출산을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와 친척집이나 하숙집 신세를 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LA에서 성업중인 베버리분만센터 부설 ‘베버리 산후조리원’의 경우 올 들어 원정출산온 산모들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나병원 부설 산후조리원인 ‘라치몬트 빌라’도 마찬가지다.
원정출산 산모들은 산후조리가 끝나도 아기여권이 나오기까지 오래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산후조리원이 제공하는 ‘미국출산에서 시민권, 출생증명서까지’ 서비스 덕분에 미국시민권자가 된 자식을 안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본국에는 아예 ‘원정출산 전문 여행사’가 등장했고 여행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은 9,900~1만5,000달러.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본국에서 출산하는 비용의 20배 가까이 드는 패키지 상품이지만 예약이 두 달 정도 밀려있을 정도라고 한다.
타운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한인 정모(50)씨는 “조기유학온 초중학생들로 방들이 만원이었는데 이젠 미국에서 애를 낳겠다는 예비엄마들까지 찾아오고 있다”면서 “보험도 없이 출산하려면 병원비도 만만치 않고 임신한 상태에 장거리 항공여행을 하면 위험할 텐데 자식 하나 미국시민권자로 만들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나보다”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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