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미국 잡기, 미국 미워하기, 반대하기를 좋아한다. 미국 문화를 모방하는데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지만 미국 좋아한다고 입밖에 냈다가는 골빈 사람, 매국노가 되고 만다. 미국을 규탄하고 멸시하는 이는 줏대가 곧은 인텔리가 된다. 이거야 노상 "미군 철수하라!"는 야유를 들으며 한국에서 대학시절 지낸 이는 누구나 다 아는 바지만 놀라운 것은 9·11사건이 터지고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보니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미주판 신문에 "미국이 무력을 행사해서…"라든가 "미국의 거만한 태도" 혹은 "미국이 금메달을 빼앗았느니…" 운운 등 기사가 하루 멀다하고 난다. 한국 선수의 실격이 정당했다는 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사소한 이유로 미국 선수 한 명도 같은 종목에서 실격 당했다는 말도 물론 없다. 선수 800여명에 대회 행사 관계자 4,000여명에 달한 이 행사는 세계 각 국의 찬사를 모았지만 한국인들은 일언반구의 칭찬도 없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태도는 미 정부의 각종 9·11 대응정책에 관해서도 계속된다. 심지어 논설위원과 저명한 교수까지도 한몫 거들고 있다. 미국 잡기 대회라도 난 것 같다. 이런 삿대질은 교포들의 미국생활 적응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알게 모르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왜 한국인들은 미국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미워할까? 나는 이것이 일종의 신세진 강자에 대한 아리송한 열등의식과 피해망상이 뒤섞인 콤플렉스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현지 한인들의 시각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삶의 전반적 조건이 낫기 때문에 미국에 정착한 것이 아닌가. 또 대부분의 한인은 한국에서보다 한결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한인들은 미국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포용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대신 유랑민처럼 언저리에서 따로 뭉쳐 한국 밖의 작은 한국에서 떠돌고 있는 형편이다. 언론이 앞장서서 사사건건 미국 잡기를 일삼는다. 한국에서 낳았으되 미국에서 컸음에도 키운 정을 무시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나는 북남미와 유럽 각 국을 여행해 보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국인처럼 꾸밈없고 사람 좋은 국민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어디를 가나 쾌활하게 타인에게도 인사 잘 하고 친근하게 유머 잘 건네고 불행한 이웃 잘 도와주고 외국인에게 관대하다. 세계 어디가 장애인 시설을 공공장소마다 하며 금연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영어 못하는 외국인에게 모든 관공서에서 무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미국에 산 지 25여년이 되는 나는 아직도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은 주류사회를 뚫고 들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9·11 사건 이후 나는 한 캐나다인이 타임지에 다음과 같이 투고한 글을 읽고 그 열린 마음의 태도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지난 여름 몇달 동안 동부 캐나다로부터 미국 전역을 거쳐 텍사스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며 친절하고 강직한 이웃사람 미국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어디를 가도 이들은 쾌활하고 우호적이며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이 당하고 있는 시련에 동정을 느낀다. 나는 이들이 이 시련을 극복하고 번영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나라에 정착한 우리 동포들도 언젠가 이렇게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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