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창고에서 지게차 지는 이지형씨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3D업종’같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이 따르는 일은 꺼리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하와이 한인사회 곳곳을 살펴보면 남의 시선을 마다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참된 노동의 가치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노동절을 계기로 그들의 일터를 직접 찾아가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전해본다.
"힘들어도 일이란 보람이 있어야지요"
기자가 처음 만난 이지형씨(28)는 마켓 큰 창고에서 지게차를 몰고 있었다. 100평은 족히 넘어보이는 창고 안에서 하루 10시간 꼬박 일을 하는 그는 현재 10년째 팔라마 마켓 스탁부 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18살이 되던 해, 이지형씨는 루즈벨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진학 대신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만 수천개가 넘는 마켓 상품을 창고에서 정리하고 운반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나르고 쌓고, 반복하다 보면 땀이 어느새 온 몸을 적셨고 냉동창고에서 또 몇 시간씩 일하다 보면 이번엔 동태인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일이 힘들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다시 열심히 일을 시작한 것이 어느새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을 보면 솔직히 부러움 마음이 든다는 그는 편하게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볼 때면 "나는 뭘 했나?"하고 망연자실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에겐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다. 집에서 장남과 오빠로써 맡은 바 책임을 다 한다는 것이 이지형씨가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일하는 보람이다.
10년 동안 이씨는 받은 월급 가운데 용돈 몇 푼 빼고 전부 어머님께 드리고 있다. 또 곧 결혼을 앞둔 여동생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오빠로 그동안 동생이 대학을 다니면서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한 것이 기쁘기만 하다. 동생결혼하고 나면 다음은 지형씨 차례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젠 혼자서 부모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더 무겁지만 좋은 여자만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만 하느라고 아직 여자친구 한명 사귀어보지 못했다는 그는 부모님 모시고 살수 있는 마음씨 착한 여자라면 "OK"라고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지금까지 딴 생각 안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그는 "일하는 보람은 참된 노동에서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젊기 때문에 기회는 앞으로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실히 일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끝으로 전했다.
<김현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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