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거침없이 흘러서 금년에도 9월은 찾아왔다. 지난주부터 텔레비전이나 신문과 잡지에는 9/11 테러사건 일주년을 돌아보며 회고하는 행사와 글들로 화면과 지면을 메우고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많은 가족들은 그날의 아픔과 고뇌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야만 했는지 아직도 혼돈 속에 빠져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죽은 희생자들은 말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작년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에 평소에는 하나님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오는 경향이 있었다. 편안하게 살아왔던 생활에 갑자기 위험이 닥치니까 심리적으로 두려운 마음에 하나님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9/11의 흥분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니까 교회를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 하나님과는 상관없는 옛날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얼마 전 어떤 신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11 테러사건이 나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느냐는 질문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25 % 이었고 아니다라는 대답이 73 %, 모르겠다는 대답이 2 % 이었다고 한다. 똑같은 질문을 일년 후에 또 한다면 아니다라는 대답이 90 %를 넘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사태가 좀 어려워 졌을 때 잠시 위안 받고 피할 곳을 찾아 왔다가 별것 아니다 싶으니까 그냥 떠난 것뿐이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을 찾을 줄 아는 사람들이 위험이 지나간 후에도 하나님은 항상 그들 곁에 있음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9/11 같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은 방황하고 무엇인가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교회도 나가보고 하다가 해답은 없고 더욱 혼돈스러워 지니까 하나님에게 화살을 돌린다.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하나님은 어디 있었는가"라든가, 또는 "정말로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왜 이런 일을 일어나게 하는가"하는 항의적 질문을 하게된다. 우리교인들은 하나님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죄를 응징하지 않음을 잘 알고있지만 이런 식의 대답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는 한정된 세상에서는 속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프라토에서 사르트르에 이르는 철학자들이 지구상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내린 결론이 어느 한정된 곳은 어느 무한한 곳에 연결되지 않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좀 알쏭달쏭한 얘기인 것 같지만 그 무한 한 곳이 바로 하나님이란 뜻이다.
9/11 한 희생자의 미망인 리사 비머라는 여인은 어린 세 아들을 홀로 키우며 이렇게 말했다. "내 남편을 죽게 한 하나님의 뜻을 나는 잘 모른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은 그분의 뜻을 좋아 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뜻대로 부름을 받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지금까지 나의 인생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 되어 왔지만 남편을 잃은 지금 그 관계가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 본적이 없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런저런 질문이 생기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질문들을 질책하지도 않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대로 순종하면 모르는 중에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우리에게 임할 것을 나는 믿는다. 아픔과 상처가 있던 곳에 새 소망이 솟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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