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야구영화 ‘메이저리그’에서 주인공 릭 본(찰리 신 분)은 시속 100마일을 넘나드는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으나 컨트롤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어서 ‘와일드 씽(Wild thing)’으로 불리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시력을 의심한 감독이 반 강제로 그에게 안경을 씌운 뒤 시력을 되찾은 본은 특급 구원투수로 돌변, 만년 꼴찌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월드시리즈로 진출시키는데 결정적 수훈을 세운다.
물론 이것은 가공의 영화 시나리오지만 비슷한 스토리가 현실에서도 나타났다. 바로 애나하임 에인절스 불펜투수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8이닝동안 33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4승무패, 방어 율 2.57의 빼어난 성적을 올린 불펜이 없었다면 에인절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불가능했다.
그런 에인절스 불펜의 스타인 클로저 트로이 퍼시벌을 위시해 20살 루키 센세이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브랜던 도널리, 벤 웨버 등 불펜의 주요멤버들이 하나같이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 등이 없이는 캐처 사인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만큼 시력이 나쁘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클로저 겸 불펜 리더인 퍼시벌은 거의 맹인수준이다. 웨버가 "우리 모두 눈이 나쁘지 만 그 중에서도 퍼시벌은 정말로 장님"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 퍼시벌은 ‘캐처사 인만 빼면 나머지는 그럭저럭 보인다’며 황소고집으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등 시력보조기구 착용을 거부한다.
그런 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로서는 그의 불같은 강속구가 어디로 날아올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네소타 트윈스 1루스 덕 멘케이비치는 퍼시벌을 ‘시속 200마일짜리 공을 던지는 사팔뜨기 미치광이’로 표현한다. 뉴욕 양키스의 알폰소 소리아노는 이미 그 두려움이 어
떤 것인지 톡톡히 체험했다. 퍼시벌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던진 첫 공이 시속 97마일의 엄청 난 속도로 날아가 소리아노의 등에 꽂힌 것. 거구의 퍼시벌이 마운드에서 눈을 흘기면서 (캐처사인을 보기 위해) 홈 플레이트를 째려볼 때 타자들은 진땀이 절로 배어나고 목이 타들어 가지 않을 수 없다.
에인절스의 20살짜리 수퍼루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타자들에게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 다. 양키스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의 전설적 커터보다도 더 예리하게 꺾여 들여오는 95마일 강속구와 타자들의 혼을 빼놓는 신기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에게 거의 공포의 대상이다. 물론 로드리게스가 콘택트 렌즈나 안경을 끼고 경기에 나서며 컨트롤도 뛰어나기에 타자 입장에선 삼진을 당할망정 최소한 95마일 강속구를 얻어맞을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서 오히려 퍼시벌보다는 상대하기 편할 지 모른다.<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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