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바른 언어는 사람의 가장 기본 덕목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 처지를 배려하며 말하는 것은 언어예절의 기본이다.
말할 때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태도가 불손하면 기분 좋게 여겨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좋은 말을 잘 골라 써야 한다.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누군가를 부르는 말은 그 사람에 대한 예의를 반영한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부부는 성인이 되어서 맺어진 새로운 관계이다. 그 누구보다도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이다. 서로 부르는 말도 다소의 어색함과 자유분방한 면을 동시에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부부의 호칭어는 제 멋대로 써서는 곤란하다. 어른을 모시고 있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흔히 주위에서 불리는 부부 호칭은 다양하다. "오빠, 형, 자기야, 여보, 이봐요, 아빠, 어이, 마누라, 허니, 달링"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이 호칭들을 다 표준적이 라 할 수는 없다. 요즘 젊은 부부나 386세대 부부들이 즐겨 쓰는 "자기"라는 표현을 보자.
젊은 부부들이야 뭐 어떠냐 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장년층 이상은 아무래도 듣기 거북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아들과 며느리가 저희끼리 "자기야"하고 부르면 시부모에게는 마땅찮게 여겨지는 것이 당연할 게다. 며느리로서 점수도 박하게 받을 게 틀림없다.
따라서 부부간의 호칭어는 현대의 언어 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세대간의 차이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부부간에 가장 좋은 호칭은 무얼까?
부부 호칭어로는 "여보"가 가장 무난한 듯하다. "여보"는 신혼 초부터 내내 쓸 수 있는 보편적인 말이다.
"여보"가 부부간의 호칭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역사가 짧다. 이광수의 ‘무정’(1927)이나 현진건의 ‘빈처’(1920)에 이미 부부간의 호칭어로서의 쓰임이 보이지만, "여보"는 문세영의 ‘조선어 사전’(1938)이나 한글학회 ‘중사전’(1958)에는 서로 비슷한 나이 사이에 부르는 소리나 "여보시오"의 좀 낮은 말 정도로만 풀이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오늘날 부부간의 호칭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므로 가장 표준적인 호칭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이 쓰인다고 해도 "어이, 야" 따위처럼 상대를 낮추어 부르는 말은 표준적인 호칭어라 할 수 없다. 부부간의 존경심과 품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빠" 또는 "형"이라 부르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전통적인 우리말의 예절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허니"나 "달링" 따위의 영어 표현 역시 좋은 말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젊은 부부들이 신혼 초부터 "여보"란 말이 잘 나오지 않을 게다. 그럴 때는 그 중간 단계로 "여봐요"라고 할 수도 있다. 또는 ‘길동씨’나 ‘희빈씨’ 등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가 생기면 "철수 아빠"나 "영희 엄마"처럼 부르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른들을 모시고 살 경우에는 시부모에게 남편을 "아비"나 "아범"이라 하고, 아내를 자신의 부모에게 가리킬 때는 "어미"나 "어멈"이라 불러야 한다. "돌이 아빠"나 "집사람"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 시부모나 부모 앞에서 남편이나 아내를 꽤 높인 셈이기 때문이다.
한인 남성들 가운데 아내를 가리켜 "와이프"(Wife)라고 부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표현도 어색하고 정감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좋은 말은 아닌 듯 싶다. 심지어 어떤 이는 "마누라"라고 낮추어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내를 존중하지 않거나 비하하는 느낌을 주므로 삼갈 일이다.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은 다름 아닌 호칭어에서부터 비롯된다. 소중한 부부의 삶을 위해서는 그 호칭어를 잘 가려 쓰는 일부터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아직, ‘자기’나 ‘오빠’ 등의 호칭어를 사용하는 부부들이 "여보"로 호칭어를 바꾸어 보면 어떨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 뿐 아니라 부부사랑도 더욱 더 하지 않겠는가….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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