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파원 코너
▶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특파 원 >
13일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입국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14일 뉴욕에선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가 열려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 중단 시기를 연기했다.
이라크가 15일까지 무기사찰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즉각 공격에 나설 태세였고, 북한도 미국이 당장 중유공급을 중단하면 KEDO 기술자 150여명을 추방하겠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워싱턴과 뉴욕을 오가며 미국이 규정한 ‘악의 축’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한달간의 여유를 주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한달 후에 두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에 대해 노리는 것이 무엇일까를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노리는 것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고, 친미 정권을 세우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전비를 들여 전쟁을 하려는 것은 테러 세력을 발본 색원하는 것 외에도 세계 2위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 유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설이다.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결의된데는 석유이권이 걸려 있었다는 것이 석유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과 영국이 단독으로 이라크를 공격, 유전을 장악했을 때 거부권을 쥐고 있는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타격을 입는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러시아는 카스피해 유전 등에서 나오는 석유수입이 국가재정의 40%를 차지하고, 중국은 신장지역에, 프랑스는 동지나해 지역에 새로이 유전을 개발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라크 유전을 장악, 기름을 쏟아낼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 달러 이하로 하락하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가 가장 타격을 받고 중국과 프랑스도 석유지배권을 잃게 된다.
이에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 종식 후에도 국제유가 안정화에 노력한다는 조건으로 유엔 결의안에 동의했다는 것이 국제석유시장의 해석이다. 산유국인 멕시코도 처음엔 미국에 반대하다 찬성으로 돌아섰고, 중동국가를 대표하는 시리아마저 미국의 석유금수조치를 두려워 이라크 무기사찰에 동의했다.
미국은 알래스카에 막대한 유전을 완전히 개발해 놓고도 환경론자들의 반대에 부딛혀 쓰지 못하고 있고, 멕시코만 유전 개발도 같은 이유로 보류하고 있다. 알래스카 얼음땅의 환경 보호를 내세워 국내 유전은 아껴두고 중동의 기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에 대해 미국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광산자원이 있질 않다. 경제력이 높아 미국에 경쟁하는 처지도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보다 미국과의 대화에 보다 적극적이지 않는가.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은 바로 동아시아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10년전 소련이 붕괴하고 대적할 세력이 없는 미국으로선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두려운 존재다. 10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한국이 혈맹 관계라지만, 미국의 보수 세력의 입장에서 볼 땐 지나치게 북한에 유화적이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중국도 북한의 개방을 지원하면서 극동아시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면서 남한과 교류하고, 남북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으로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수 밖에 없다.
미국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13일자 컬럼에서 한국의 차기 정부가 미국과 협력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미군이 철수하고 한국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항하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적이 우방의 적이어야 하며, 미국의 도움이 없이 지역문제가 해소될수 없다는 헤게모니 이론이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in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