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12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저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온갖 방법과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누가 준비되어 있는 인물일까.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말은 이집트의 역대 왕 중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통치자 람세스 2세의 부왕인 세티가 임종 전 아들에게 남긴 장엄한 유언 가운데 한마디다. 세티의 유언은 불란서 작가 작크 크리스티앙의 소설 ‘람세스’ 속에 잘 그려져 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어보면 “너의 조부 람세스 1세가 이 땅을 떠나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셨을 때도 네가 오늘 그런 것처럼 나도 고뇌에 빠져 어쩔 줄 몰랐다. 파라오로서 너는 네 백성의 으뜸가는 종이니 네게는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휴식과 평온한 기쁨을 맛볼 권리가 없다.... 너는 외로울 것이다.
그것은 길 잃은 자의 절망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선박을 이끄는 선장의 외로움이다. 너 자신보다 이집트를 더 사랑하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일국의 지도자가 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이 유언처럼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말을 음미해보면 오늘날 고국의 현실이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알 것 같다. 나라를 다스리는데는 잔꾀를 굴리는 명석함은 필요 없는 것이다. 자신보다 나라를 더 사랑하는 충정하나가 첫째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준비된 인재라고 자칭하던 인물들이 보여준 모습은 어떠한가. 오직 사리사욕과 금전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권력의 사용화를 위해 준비했다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왕위를 이을 아들 태자에게 부왕 세티가 일러주는 몇 마디의 유언은 노불레스 오블리지(귀족의 의무)의 극치를 후계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지도자는 다른 사람이 누리는 휴식과 평온한 기쁨을 맛볼 권리가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소위 한국의 지도층은 서민이 누릴 수 없는 무소불위의 특권과 함께 온갖 특혜를 마구 향유하고 있지 않은가.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자의 의무는 고사하고 대부분 법망 위에 군림하며 해서는 안될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 아마도 이집트인들은 이런 그들을 보게 되면 분명 ‘욕망의 신’이라 부를 것이다. 세티는 후계자에게 말한다. “너는 외로울 것이다” 라고.
권력에 눈이 어두운 한국의 지도자들은 권력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당을 일삼으며 악행을 하기 위해 공범자를 형성한다. 그러기 위해 제휴하고 동거하며 보다 안전한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부지런히 파트너를 바꾼다.
지도자는 왜 외로워야 하는가. 세티의 유언 속에 그 답이 들어 있다. “그것은 길 잃은 자의 절망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선박을 이끄는 선장의 외로움이다.” 선장은 선박의 안전운항을 책임져야 하며 매순간 항해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이다.
배의 상태, 날씨. 바다의 조건을 모두 알고 변화를 고려하면서 특히 위기 속에서는 무서운 고독 속에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지도자들은 선장의 의무는 외로워서, 또 어려워서 마다하고 승객의 의무정도로 생각한 채 선장의 권한만 누리려 하고 있다. 파당을 일삼고 책임 전가를 위해 하수인을 값비싸게 사들이고 하다가 배가 좌초하면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다른 배로 갈아탄다.
한국에는 외로운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 자신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참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요원한 말이다. 자신보다 나라를 더 사랑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떠나온 고국이 그토록 부패하고 무질서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국민에게 길을 열어줄 지도자는 언제 나타날 것인가. 백범 김구 선생같이 조국을 위해 일신의 명을 바친 선조들이 그립기만 하다. 그들은 자나깨나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라에 대한 사랑 없이 준비 안된 사람들 앞에는 결코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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