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 때였던가 보다. 유난히도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던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다.
그날 따라 우리 가게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쟁반에 음식을 담아 들고는 두 줄로 서서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 중에 루시아란 이름의 멕시코 여성이 있었다.
루시아는 가진 돈이 모자라는 줄도 모르고 음식을 쟁반에 담아 줄을 서 있었던 것이다. 계산할 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 루시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무척 당황해 했다.
루시아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얼른 테이블에 음식을 옮겨준 뒤 음식값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음료수와 수프도 갖다 주었다. 루시아는 너무 고마워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로부터 서너 달이 지난 후 어느 날 병원에 진찰을 왔다가 들렀다며 루시아가 예전에 다 지불하지 못한 음식값의 열배를 주고는 카드를 한 장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나를 위해 기도까지 해 주었다.
국적은 다르지만 우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고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아끼는 친구사이가 됐다. 작은 베품에서 나는 한없이 큰사랑의 마음을 얻었고 크나큰 기쁨을 맛보았다.
해마다 추수감사절이 돌아오면 루시아가 손에 쥐어준 카드를 꺼내보며 난 항상 미소 짓는다.
강옥식/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