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중산층 타겟 정통 일식집 승부
스시셰프 등 전직원 일본인으로
헬렌 손(52)씨는 항공사 ‘통’이라고 할 수 있다. LA에서 여행사 한다는 한인 치고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갓 대학 졸업했을 때부터 25년 간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에서 만년 항공사 우먼인 것 처럼 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나이 50줄 들어 사장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지난해 8월 웨스트LA에 일식당 ‘니코니코’(10839 National Bl.)를 차렸다. 창업자금은 28만 달러, 명목은 ‘노후대책을 빙자한 새 인생 개척’. 당초 예상보다 돈도 많이 들고 일도 절대 편하지 않지만, 늦게 창업전선에 뛰어든 게 아쉬울 만큼 흥미진진하다는 그녀의 용감하고 즐거운 창업기는 이랬다.
막연히 창업을 꿈꾼 건 꽤 됐다. 업무상 좋은 식당 다닐 때마다 ‘노후에 깨끗하고, 별로 힘들지 않은 레스토랑 하나 했으면’ 하고 눈 여겨 본 정도. 슬슬 창업구상을 시작하는데 든든한 조언자가 나타났다. 잘 알고 지내던 라하브라와 코스타메사 ‘니코니코’의 주인 헨리 김씨. 그 때부터 상황은 급진전됐다. 같은 상호를 쓰고 공동투자 하기로 했다.
중산층 대상 일식당으로 컨셉을 정하고, 적당히 수준 있고 보수적인 동네를 물색했다. 후보는 마리나 델레이와 웨스트LA. 마리나 델레이에도 좋은 목이 있었지만 리커 라이센스가 살아있는 현재 자리를 낙점했다. 맞은 편에 ‘트레이더 조’ 마켓이 있고 10번 프리웨이가 가까워 트래픽이 많은 점도 고려에 넣었다.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이던 기존 업소를 싹 바꿨다. 분위기는 모던, 주조색은 블랙 앤 화이트. 높은 천장, 검은 벽과 흰 커튼에 스틸 소재 의자, 흑백 액자 등으로 통일감을 줬다. 실크처럼 반짝이는 검정색, 은색 쿠션이 포인트 소품인데 손 사장은 이것들을 다운타운서 천 끊어다 직접 만들었다. 공사기간 2개월을 포함해 구상에서 개장까지 총 1년 걸렸다.
분위기는 모던하지만 음식 맛은 정통 일식을 지향했다. 메인 스시 셰프부터 주방 일까지 전 직원을 일본인으로 두고, 고유 일식 메뉴도 갖췄다. 작은 일본 타운으로 불리는 ‘소텔’이 지척인데 일본인 2, 3세들이 ‘고향의 맛’이라며 찾아오는 이유다. 재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매일 아침 하루 쓸 양만 사온다. 주고객인 유태인과 백인들이 유난히 생선의 신선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천둥 벌거숭이로 뛰어들었지만 손 사장은 “항공사 세일즈도 사람장사라 서비스 요령에 큰 자산이 됐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깐깐하고 서비스 단속을 자주 해 셰프들이 “사장님, 승무원 교육시키세요?”하고 반 농담도 한다. 토종 한국 직장에서 다국적 일터로 옮긴 것도 낯설지 않다. 항공사가 이국 문화와 친한 분위기고, 손씨가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서다.
다만 5년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사업은 끊임없는 모험이고, 두려움도 돌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나 손 사장에겐 “너무 익사이팅해서”란 이유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310)470-2661
<김수현 기자> soo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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