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투수들의 악몽명예 회복에 도전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29)가 12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또 다른 ‘서프라이즈(Surprise)’를 만나게 될 전망이다.
‘서프라이즈’란 단어는 ‘깜짝 놀람’, ‘뜻밖의 일’이란 뜻의 단어지만 이 경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레인저스의 새 스프링캠프가 위치한 애리조나주 지명이 바로 ‘Surprise’인 것. 지난해까지 플로리다주 포트샬롯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레인저스는 올해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 북서쪽 19마일지점에 위치한 소도시 서프라이즈에 새 봄 둥지를 튼다.
그리고 박찬호와 레인저스는 바로 이 곳 ‘서프라이즈’에서 지금까지 스프링캠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서프라이즈’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레인저스나 박찬호나 지금까지 플로리다가 아닌 지역에서 스프링캠프를 갖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는 무늬만 비슷할 뿐 실제로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달라 적응하는데 다소 애를 먹을 전망이다.
가장 기본적 차이점은 기후다. 봄철이면 거의 쉴새없이 바람이 불어오는 플로리다와는 달리 애리조나는 거의 바람이 없이 맑고 건조한 날이 대부분이다. 바람이 많이 불면 훈련하기도 힘들고 경기나 훈련 후 선수들의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리며 때론 비를 몰고 오기도 한다. 그리고 애리조나 캑터스리그는 대부분 팀들이 피닉스와 인근지역에 밀집해있어 원정경기를 위한 이동에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 반면 플로리다는 이동에만 반나절이 걸리는 일도 많다. 그런 면에선 애리조나가 편하다.
하지만 진짜 ‘서프라이즈’는 박찬호를 비롯한 투수들에게 좋지않은 것들뿐이다. 달라스 모닝뉴스에 따르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투수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안겨준다. 우선 서프라이즈의 해발고도(1,178피트)는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덴버 쿠어스필드를 제외하곤 가장 높다. 게다가 대부분 애리조나 구장들은 플로리다에 비해 규격이 작고 연일 땡볕에 시달린 내야는 돌덩이처럼 딱딱하다. 플라이볼 타구는 쉽게 펜스를 넘어가고 땅볼 타구는 총알처럼 내야를 뚫고 나가는 것. 이래저래 타자들만 신난다.
지난해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10개팀중 8개팀이 시범경기에서 팀 타율 3할을 넘어섰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경이적인 3할4푼1리에 달했다. 투수들은 ‘악’ 소리가 날 지경이다.
투수에게 불리한 또 다른 문제는 습도가 낮다는 것. 습도가 높은 플로리다에서는 변화구를 던지는 그립을 잡는 감각이 쉽게 발달하지만 애리조나에선 그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높은 고도로 인해 공기밀도가 희박해 변화구가 잘 먹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거친 팀의 투수들은 정규시즌이 시작되고도 본격적으로 피칭감각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오클랜드 A’s의 경우 지난해 시즌 첫 2달간은 투수진이 51승54패, 방어율 4.67의 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나 다음 4달 동안은 148승65패, 방어율 3.62의 빼어난 성적을 올려 엄청난 대조를 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애리조나에서 스프링 트레이닝에 들어가는 박찬호가 이런 ‘서프라이즈’ 핸디캡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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