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신용일 <취재부 부장대우>
언론의 생명은 정확한 보도에 따르는 신뢰성이다. 그래서 취재기자들의 사명은 정확한 보도이며 데스크는 기자가 송고한 기사의 정확성을 재차 확인하고 그 글을 더욱 명확하게 다듬어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언론사 간부, 편집국 데스크, 기자 등 그 어느 한 부분이라도 주어진 책임을 소홀히 할 경우 그 언론의 위상은 땅으로 곤두박질한다.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중 하나인 뉴욕타임스가 바로 이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소위 ‘블레어 어페어’(Blair Affair)로 불리는 이 사태는 상습적으로 허위 기사를 송고한 제이슨 블레어 기자,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데스크들, 그리고 전반적으로 그같은 상황을 불러일으킨 편집국 분위기를 묵과한 회사간부들의 문제가 지금까지 자랑해온 뉴욕타임스 기사의 신뢰성에 큰 흠집을 가져왔다.
하루아침에 명예가 실추당한 뉴욕타임스는 문제의 기자를 해고하고, 편집인과 편집국장은 책임지고 사퇴했다. 고위급 운영 간부들의 인사조치도 조심스럽게 단행하는 한편 특정 기사들의 정확성을 재검토하기 시작,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이 모두가 독자들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계 일간지 뉴욕 ‘명보’가 지난 5월26일자로 ‘한인 노인이 플러싱 병원에서 사스(SARS)로 사망했다’는 거짓 소문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명보’는 물론 이같은 소문의 진위여부에 대해 병원측이 부인했다고 전했으나 보도는 마치 한인 노인이 사스로 사망한 사실을 병원과 보건당국이 은폐하려는 것 같은 의혹을 남겼다.
따라서 뉴욕한국일보는 28일자 신문에 ‘명보’의 무책임한 보도를 지적하며 병원 및 보건당국의 부인사실을 명확하게 확인, 한인 노인의 사스 사망 의혹을 불식시켰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뉴욕 뉴스데이는 6월5일자 지면에서 중국계 언론과 주류언론의 사스에 대한 지속적인 보도를 중국사회가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뉴욕한국일보가 ‘명보’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뉴스데이는 "(명보에 헛 소문 기사가 보도된) 다음날 뉴욕한국일보는 1면에서 (병원측과 보건당국의) 부인 사실을 거듭 전하며 소문 자체를 보도한 명보의 의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한 것이다.그러나 명보의 기사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으면 한인 사회가 엄청난 피해를 입게됨에도 ‘헛소문 기사’를 일체 다루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뉴욕중앙일보는 7일자에 뉴스데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한·중 신문 사스 관련 선정 보도" ‘중국계 커뮤니티 큰 우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뉴욕중앙일보는 뉴스데이에 보도되지도 않은 내용을 따옴표로 옮기고 있다. 뉴욕중앙일보의 기사로는 뉴욕한국일보가 명보의 헛소문을 잠재운 사실은 전혀 알 수 없고 오히려 헛소문을 부추긴 것으로 묘사돼있다.
과연 뉴욕한국일보가 사스 환자 발생 문제를 선정적으로 내보냈는지 아니면 명보의 보도를 발빠르게 부인, 한인 커뮤니티가 당할 피해를 사전에 막았는지는 한인 사회가 정확하게 판단할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허위 기사로 권위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은 것은 사실 보도라는 언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이번 뉴욕중앙일보의 뉴스데이 기사 인용 보도가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데스크, 나아가 회사 간부가 뉴스데이의 기사를 정확하게 파악할 능력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했는지 여부는 여기서 굳이 지적하고 싶지 않다.
단지 뉴욕중앙일보가 뉴스데이 기사를 옮긴 결과가 과연 정확하다고 떳떳하게 자신할 수 있는지 아니면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지는 꼭 지켜볼 사안이라는 점만 밝힌다. 뉴욕중앙일보의 뉴스데이 인용 기사 건을 보면서 뉴욕타임스의 최근 사태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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