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 학교 공부는 혼자서 잘한다. 스포츠에서도 우월하다. 장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숨어서 남을 위해 하는 일에도 그만큼 잘하는지 의문이다. 단체들이 많은데 회의나 토론이나 선거관리 같은 것을 잘 할 줄 몰라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회비를 정하고 걷어 들이고 관리하고 감사하고 결산보고 하는 일을 소홀히 하다가 나중에 망신을 잘한다. 회의록에 기재할 줄 모른다.
개인의 능력이나 재주는 월등한데 단체생활을 잘못한다. 한번 월드컵 축구에 이겼다고 아까운 시간을 응원에 총동원하고 ‘악마의 기치’를 들고 떠드는 것을 민족의 저력이라고 추켜세우는 매스컴은 반성해야 한다. 응원하는 동안에 이웃 나라의 공장에서 성능이 우리 것보다 나은 가전제품을 만드느라고 땀을 흘리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단체생활을 잘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봉건적인 계급의식에 근거를 두는 한국어 대명사의 용법이다. 나와 친근한 사람은 ‘너‘나 ‘당신’으로 부르지만 잘 모르는, 또는 처음 만나는 사람을 지칭한 대명사가 없어서 말을 붙일 수가 없다. 영어 ‘유’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 상대방의 직함을 모르면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될듯한데, 그렇게 부르자니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도 잘난 사람인데 말이다. 아마 누구든지 ‘당신’이라고 불러도 되도록 국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는 것도 좋은 언어정책이 될 것이다.
배양서/전 언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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