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넘은 오래 전 남편이 교환교수로 왔었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 것인가?”하고. 남편을 몹시도 사랑했던 그녀는 아름다운 바닷가 찻집에 가서 남편과 손을 꼭 잡고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싶다했다.
서로의 사랑이 너무 지극해서 하늘이 시샘을 했던지 아이가 없었던 그들, 여기에 남을 것인가, 한국에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두 부부가 매일의 심정을 한 달간 달력에 표시해서 마지막날 동그라미가 더 많이 쳐진 쪽으로 결정을 내려 결국 한국으로 돌아간 그녀, 지금도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고 있겠지.
사랑에 반짝이던 그녀의 눈을 본 게 엊그제 같은 데 이미 지나간 추억. 새삼 그녀의 질문이 떠오름은 덧없이 흘려보낸 많은 순간들에 대한 애틋함일까.
이 순간 들이마셨던 호흡은 내쉬는 순간 이미 과거라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 속으로 묻혀 버린다. 우리가 진정 존재하는 순간은 바로 이 한 호흡간에 있을 뿐이다. 이 순간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이어서 인생은 무상이라 했던가.
아무리 급해도 한 순간도 미리 앞당겨 살수가 없고 지난 세월 속에 더 없는 행복의 순간이 묻혀있다 해도 되돌아서 살아질 수가 없는 삶의 길.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이 순간이 생의 마지막 순간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어제 별일이 없이 일상적인 하루가 지나갔고 오늘이 그러하다고 내일도 그러하리라는 착각을 하고 산다.
하지만 결코 들여다 볼 수 없는 미래이기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엄밀히 따져보면 불치병 환자나 사형선고 받은 죄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사형선고 받은 죄수다. 다만 그 마지막 날이 언제 우리 앞에 닥칠지 모를 뿐이다.
펄펄 살아있는 현재의 마음에 살지 못하고 과거에 매달리면 어리석어지고 미래에 마음이 먼저 나가 있으면 허황되기 쉽다.
한 호흡 들이마시고 내 쉬면서 온몸 전체로 순간을 느껴본다. 초록의 여름 숲이, 파아란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무심코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 내 주위의 모든 인연들이 더 없이 아름다우면서 가슴 가득히 사랑이 피어오른다.
어떻게 미움과, 다툼과, 원망과, 무기력한 나태와, 게으름으로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허비해 버릴 것인가. 이 순간이 생의 전부인 것을.
재닛 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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