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내 이름을 봤다. 냉소의 대상이던 평통 명단에서 내 이름이 오른 것이다. 다른 분들 이름과 내 이름은 내가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난 그저 가발 파는 월급쟁이, 작은 교회의 목사, 한 주에 한번 씩 양로원을 찾아 노인들 손을 잡고 예수를 열심히 가르치는 흔한 한인중의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내가 자격이 없다며 자진 사퇴하라는 말도 했다. 어찌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평통은 태생의 한계에도 불구, 20년 이상 살아 있다. 역사를 후퇴시킨 그들이 감옥에 가고 수치를 당하고 그 정당의 이름도 사라졌지만 민주 평통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만큼 통일은 우리 민족의 강력한 염원이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10월 유신으로 철권 통치를 할 때 나는 초등학교를 다니며 자랐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는 그들과 맞서느라 그 흔한 미팅도 못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 시절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지금도 민주와 통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첫사랑의 이름처럼 가슴이 두근댄다.
우리 한인 사회도 이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유를 갖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민 역사 100년이면 짧지 않다. 지금 조국은 일제 강점기도 아니고 폭압과 궁핍이 싫어서 떠나던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다. 세계를 감동시킨 월드컵도 치르고 주변 강대국의 견제를 받아야 할 만큼 경제력도 탄탄해졌다.
한인사회의 진정한 힘은 말없이 살아가는 흩어진 다수에게 있다. 신문에 이름이 오르고 각종 감투를 한 머리에 힘겹게 쓰고 있는 사람들만이 한인 사회의 일꾼이 아니다. 직업의 특성상 흑인이 거주하는 지역을 많이 찾게 된다. 그때마다 생활의 최전선 어느 곳에 가든지 씩씩하게 살아가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와 형을 보게 된다.
나는 그 중 한사람으로 11기 평통의 일원이 된 것이다. 무자격이나 사퇴를 논하기보다는 그런 사람의 영입을 오히려 반겨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들이 진정한 한인 사회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라성원/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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